연이 9
결혼을 일주일 앞둔 저녁이었다.
동네 어귀 작은 중국집 안은 시끌벅적했다.
기름 냄새가 배어든 빨간 벽지 아래,
둥근 탁자에는 탕수육과 짜장면 그릇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낮은 천장 가까이 매달린 형광등이
연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연아, 니가 우리 중에 제일 먼저다!"
"변호사 사모님 되면
우리 모른 척하면 안 된데이!"
"알았다~ 알았다."
친구들이 웃고 떠들었다. 연이도 웃었다.
웃어야 했다. 오늘은 그런 자리였으니까.
결혼 전까지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부탁이 있어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자리였다.
탁자 위로 하얀 김이 올라왔다가 금세 흩어졌다.
짬뽕에서 나는 매운 냄새와
기름에 튀긴 탕수육 냄새가 공기 중에 섞였다.
"근데 그 사람, 어떻더노?" 한 친구가
젓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리며 물었다.
연이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
준호와는 그 후 두 번을 더 만났다.
시내 극장 앞에서 한 번, 작은 다방에서 한 번.
준호는 여전히 말끝이 흐려지고,
귀가 잘 붉어지는 사람이었다.
준호의 어머니와 연이 어머니는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보다
어른들의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저는... 연이 씨가 좋습니다."
다방 창가에서 조심스럽게 했던 그 말.
"갑자기 이런 말이 실례가 됩니까?"
연이는 한참 후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 한마디로 두 사람 사이의
무언가가 조용히 정해졌다.
"그냥... 착하다." 연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착하긴 뭐 착해, 변호사지."
"니 인자 고생 끝난기다."
"니가 제일 부럽다,
연아. 우리 중에 제일 효녀다."
효녀.
그 말이 탁자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연은 그 소란 속에서도 유난히 조용했다.
그 조용함을 딱 한 사람이 눈치채고 있었다.
철이는 연의 맞은편,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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