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근린공원, 수봉공원, 관교공원, 늘솔길공원을 찾아서
서울의 산과 숲길은 웬만큼 다 돌아보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인천이다. 그리고 인천의 이름난 공원들인 자유공원, 월미도공원, 송도센트럴파크, 인천대공원은 이미 가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좀 덜 유명하고 덜 큰 공원을 찾아나섰다. 여름이라 해가 한껏 길어 하루에 네 군데를 둘러볼 작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네 군데란 동인천역 부근의 송현근린공원, 도화역 부근의 수봉산 수봉공원, 인천터미널역 부근의 승학산, 인천논현역 부근의 늘솔길공원이었다.
구로역에서 동인천행 급행을 타고 동인천역에서 내려 수도국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 송현근린공원이 있다. 사실 공원도 공원이지만 그곳에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란 멋진 박물관이 있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 공원도 공원이지만 박물관이 구미를 한껏 당겼다. 박물관은 오전 10시 개관이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송현근린공원을 두루두루 돌아보았다.
먼저 공원 입구에 우람한 기마 동상이 눈길을 끌었다. 조선 말엽 고종 때 어영대장 신정희 장군의 동상이라 했다. 언덕을 올라 공원으로 들어서니 숲이 울창하다. 하늘생태공원으로 내려서니 조경이 멋들어지게 된 화원이 있었다. 산비탈에는 맨발로 걷도록 만들어진 황톳길이 길게 뻗어 있었고 반대쪽으로 가니 향적사라는 절도 있었다. 정상부는 직사각형 형태의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인라인스케이트장이라 돼 있었지만 한 귀퉁이에 엄청나게 많은 외발자전거가 매달려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곳은 인천광역시동구외발자전거협회였다. 부근에 고색창연한 시설물이 있었으니 한눈에 아주 오랜 건축물임을 알 수 있었다. 원통형 돌집인 배수지 제수변실이었다. 1908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니 대한제국 시절이고 무려 118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 이곳은 이미 그때부터 수도 관련 시설이 있던 곳이었다. 그러니 그후 산 이름이 수도국산이 되지 않았겠나.
10시가 돼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장료는 무료지만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게 돼 있었다. 그걸 알았나. 예약 없이 왔다 하니 들여보내 주긴 했지만 예약제라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뜻이겠다. 과연 박물관은 볼 게 많았다. 달동네였을 때의 모습을 어찌 이토록 실감나게 꾸며놓을 수 있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심지어 자그마한 흑백텔레비전에는 1960년대의 박치기왕 김일 선수의 레슬링경기가 실제로 방송되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비디오를 돌리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서울의 청계천박물관에도 옛 모습을 재현한 곳이 있고 광화문 앞 역사박물관에도 비슷한 게 있지만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 가장 옛 모습에 가깝지 않나 싶다. 노년층이나 중장년층은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지만 요즘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박물관이 없다면 옛날 살던 모습을 어떻게 알게 할 수 있을까. 이제 달동네는 흔적조차 없어지고 주변엔 수십 층 고층아파트들이 가득차 있지만 박물관 안에 옛 모습이 보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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