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나는 민들레꽃보다 민들레라는 식물 자체를 좋아한다.
노랗고 환한 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나는 꽃이 피기까지의 시간과, 꽃이 진 뒤에도 묵묵히 이어지는 민들레를 좋아한다.
민들레의 홀씨는 너무 가볍고 연약해서 손끝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날아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홀씨 하나가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 척박한 땅에 내려앉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린다.
흙이 충분하지 않아도, 물이 넉넉하지 않아도, 누군가 정성껏 가꾸어 주지 않아도 민들레는 자기 몫의 생을 시작한다.
바위와 돌 사이, 콘크리트 틈,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도시의 가장자리.
생명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좁고 거칠어 보이는 곳에서도 민들레는 자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환경이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일까.
물론 살아가는 데에는 좋은 환경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민들레를 보고 있으면, 환경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조건이 어떠한가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민들레는 자신의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렸다고 불평하지도 않고, 들판 한가운데 피었다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누가 바라보든 말든,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자라 마침내 자기만의 꽃을 피운다.
그리고 꽃이 지면 다시 홀씨가 된다.
그때부터 민들레는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바람에 실려 떠나고, 어디에 닿을지 알 수 없는 곳으로 흩어져, 또 다른 자리에서 자신의 생을 이어간다.
나는 그 모습에서 식물의 지혜를 느낀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은 붙잡으려 하지 않고, 거스를 수 없는 것은 거스르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이용한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때로는 떠밀려가지만, 그 바람 덕분에 더 멀리 살아갈 수 있다.
어쩌면 강인함이란 단단하게 버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바람에 몸을 맡길 줄 아는 것, 낯선 곳에 내려앉아 다시 뿌리를 내릴 줄 아는 것,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생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 진정한 강인함인지도 모른다.
민들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땅에 내려앉더라도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마음인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