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
까만 김 위에 하얀 밥이 포근히 누워 있다.
돌돌돌 몸을 말아 올린 그 속에는 초록빛 오이와 카레빛 단무지, 금빛 계란지단, 적갈색 소시지, 흑설탕을 닮은 우엉이 서로의 자리를 꼭 지키며 들어앉아 있다. 김밥이다.
까만 김 위에 참기름 한 방울을 살며시 바른다.
그러자 김밥은 햇살을 머금은 듯 반짝반짝 윤기를 낸다. 은근한 멋이 번진다.
과연 맛은 어떨까.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맛들이 앞다투어 달려온다.
상큼한 단무지가 먼저 톡 하고 인사를 건네고, 싱그러운 오이가 뒤를 잇는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우엉이 은근하게 혀끝을 감싸고, 담백한 계란지단이 그 사이를 부드럽게 다독인다.
서로 다른 빛깔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맛이 되듯,
서로 다른 맛들이 어울려 입안에서 작은 축제를 벌인다.
이토록 곱고 맛있는 김밥을 그냥 둘 수는 없다.
아까운 빛깔과 맛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은빛 호일로 정성껏 감싸 준다.
김밥을 감싼 호일이 반짝인다.
까만 김은 보이지 않고, 알록달록한 속살도 모습을 감춘다.
은빛 호일은 이렇게 김밥의 맛과 모양을 고스란히 지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