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색
겨울 눈은 바람과 습기, 온도에 따라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온다.
어떤 눈은 땅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 흩날리고,
또 어떤 눈은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 위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나무가 가지를 내밀어 눈을 붙잡은 것인지,
아니면 길 잃은 눈이 정착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모든 것이 얼어붙은 한겨울의 깊은 적막 속에서 기적처럼 가만한 꽃이 피어났다는 사실이다.
초록의 잎사귀 하나 남아 있지 않은 메마른 가지마다 소복하고 탐스러운 하얀 꽃송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처럼 매달린다.
그 순간,
겨울은 제법 익숙한 추위의 얼굴을 거두고 잠시 눈부신 봄의 얼굴을 빌려온다.
계절의 틈새로 피어올라 시린 공기마저 녹이는 하나의 환상.
찬란한 계절이 품은 가장 순백한,
겨울이 피워낸 눈부신 벚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