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립스틱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와인색

by소수지

여전히 바쁜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무의식적으로 앉은 화장대에는 어제 아침인지 그제 아침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다 만 아니면 시간에 쫓겨 정리하지 못한 화장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하지만 수분 크림, 썬 크림, 아이라인, 눈썹연필을 찾아 메이크업한다. 반복된 메이크업 과정만큼이나 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이제 립스틱만 바르면 된다. 립스틱은 출근 옷이나 분위기에 따라 선택한다.

레드할까 핑크할까 그 중간은 없을까?

널브러진 화장품 중에 립스틱 하나가 똑바로 서 있다. 립스틱 뚜껑을 여니 와인 색깔이다. 언제 샀는지 기억조차 없다. 다른 립스틱을 찾아보려고 하니 귀찮다. 이미 손에 쥐여있는, 발라본 적 없는 와인 립스틱을 입술에 얹어본다. 매일 정리되지 않는 화장대처럼 일상도 똑같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반복된다.



어제는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내일은 오늘과 같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바른 와인색깔 립스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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