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가 지배했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원했나

연결과 성장의 욕망

by루니

며칠 전의 일입니다.

6~9년 차 후배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캐릭터의 전투력 수치와 스탯 가중치 설계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 때였죠.

교육을 위해 과거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의 고전적인 MMORPG 성장 로직을 보여주려고, 제가 평소 즐겨 쓰는 방식대로 HTML과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단일 파일짜리 간단한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띄웠습니다.

몬스터를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아주 찔끔찔끔 오르는 경험치 바, 수백 마리를 잡아야 간신히 공격력 1이 올라가는 그 정직하고 느릿느릿한 성장 곡선..

화면에 돌아가는 시뮬레이터를 멍하니 보던 한 후배 기획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더군요.

"선생님, 솔직히 이 템포를 옛날 유저들이 정말 견뎠다는 게 안 믿겨요. 고작 스탯 1 올리려고 똑같은 사냥터에서 몇 주씩 밤을 새우고, 몬스터 하나 잡는 시간(TTK)이 이렇게 긴데 안 접었다고요?"


그 질문을 듣고 저는 잠시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죠.


'견딘 게 아니라, 우리는 그걸 간절히 원했어.'


기획자로 19년 넘게 게임의 뼈대를 짜오면서 숱한 장르의 흥망성쇠를 지켜봤습니다만, 2000년대 초중반 한국을 강타했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열풍은 단연코 특이한 슬롯적 현상이었습니다.

피시방마다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리니지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거대한 세계에 접속해 있었죠.

도대체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그 무겁고 느린 세계에 열광했을까요? 인터넷 망이 깔리고 기술이 발달해서 수천 명이 처음으로 한 서버에 모일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장르는 단순히 기술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원할 때 만들어집니다. 당시 사람들이 MMORPG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가장 강렬하게 원했던 첫 번째 욕망은 바로 '배신하지 않는 선형적 성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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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시스템은 아주 투명하고 정직했습니다.

내가 퇴근 후 피곤한 눈을 비비며 3시간 동안 사냥을 하면, 정확히 3시간 치의 경험치와 재화가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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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차 게임 시스템·밸런스 기획자 게임으로 삶을 해석하고, 시스템으로 사람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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