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인적인 포트폴리오 정리를 위해 예전에 기획해 두었던 '루트 슈터(Loot Shooter) 전투 시뮬레이터'의 밸런스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칠 일이 있었습니다.
유저가 총기를 발사했을 때 적이 쓰러지기까지 걸리는 시간, 무작위로 떨어지는 전리품의 확률,
그리고 그 확률이 유저의 플레이 피로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수식으로 엮어내며 며칠 밤을 씨름했죠.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엑셀 시트의 숫자들이 제가 의도한 완벽한 통제선 안으로 예쁘게 수렴할 때, 기획자로서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문득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과연 모든 변수가 완벽하게 통제되고 최적화된 게임이,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지난 3화에서 우리는 피로 슬롯가 낳은 '방치형 게임'의 유행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내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시스템.
실패할 리스크가 없고, 매끄러운 우상향 곡선만이 존재하는 그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지쳐버린 3050 온라인 게임인들에게 어떤 씁쓸한 위안을 주는지 살펴보았죠.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현실에서도 극단적인 '최적화'와 '효율성'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러 나갈 때를 떠올려 볼까요.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네이버나 구글의 별점을 확인하고, 블로그와 영수증 리뷰를 꼼꼼히 교차 검증합니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도 유튜브에서 '결말 포함 10분 요약본'을 먼저 시청한 뒤, 내 두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효율을 따집니다.
내비게이션은 늘 1분이라도 더 빠른 최적의 경로를 강요하듯 안내하죠.
우리는 왜 이렇게 최적화된 정답과 공략집에 집착하게 된 걸까요?
그것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의 시스템이, 단 한 번의 실패조차 여유롭게 용납하지 않을 만큼 팍팍하고 가혹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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