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싸게 팔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
물건 중고거래를 해본 경험이 모두 있으실 거다. 싸게 물건을 내놓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이 바로 나간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급매의 가격으로 물건을 내놓으면 괜찮은 물건이라면 팔리는 것은 금방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후의 방법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판매하는 일은 최후의 보루다. 그전까지는 계속 줄다리기를 하며 가격을 더 잘 받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시기에 팔릴 수 있도록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 게임은 먼저 긴장을 놓고 포기하는 사람이 지게 되어있다.
매도를 할 때는 내가 원하는 가격뿐만 아니라 양보가 가능한 마지노선 가격대도 설정해야 한다. 거래가 성사된 물건들과 함께 현재 시장에 있는 물건들을 조사하다 보면 ‘아 내 물건은 대략 얼마 정도 받을 수 있겠구나’가 보인다. 이때 감이나 사장님 말만을 신뢰해서는 안되고 철저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동, 층, 향, 수리의 정도, 물건의 조건, 매도자/임차인의 상황 등 모든 것을 따져봐야 하고 그것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알아야 한다. 사장님의 경우 중개사의 역할을 충실히 하시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에 시장 분위기에 따라 내가 생각한 가격대보다 낮게 설정하려고 하실 수 있다.
앵커링 효과 : 처음 접한 정보나 숫자가 기준점(닻)이 되어 이후의 판단이나 추정이 그 값 근처로 쏠리는 인지적 편향
사람 심리가 그렇다. 같은 가격에 사도 깎아서 산 물건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기 마련이다. 매수를 해보면 알겠지만 매수하는 사람도 깎아서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매수자나 매도자나 당연히 상대방이 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애초에 매수가를 너무 싸게 올린다면? 내가 생각한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매수자가 깎으려고 할 수도 있고, 이외에 다른 매수자가 없고 시기가 급하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원하지 않는 가격에 팔게 될 수도 있다.
메인 사장님으로 여긴 A사장님은 소위 말해 ‘일 잘하는’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장단점이 있었는데 장점은 손님을 잘 물어오고 영업을 잘한다는 것이었지만, 단점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을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거래를 빠르게 성사시키려면 아무래도 좋은 가격을 받기란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A사장님의 실력을 그간의 거래와 소통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고 이번 거래는 속도 또한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A사장님께서 몇백만 원 정도 더 내린 가격으로 올려보자고 하셨을 때 OK를 했다. 그 가격은 마케팅 적으로도 눌러보고 싶게 하는 가격이었고, 그가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빠른 거래를 목적으로 두고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편에 언급했던 방법을 통해 하루 걸려 2~3곳의 부동산에 추가 등록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엔 업데이트를 자주 하지 않던 A사장님도 점차 매물 재등록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A사장님과 매우 경쟁적인 위치의 메인 입지 부동산까지 등록하니 그게 도화선이 되었는지 A사장님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루 뒤 바로 손님이 붙었다는 연락을 주셨다. 결과적으로는 매수자가 몇백 정도 더 깎기를 원했는데(느낌 상 그 정도로 협상이 된다고 이미 물밑작업을 하신 거 같았다.) 내가 생각한 마지노선 가격대는 지켜진 상황이었고 이 사장님과 거래를 하는 게 나도 편했기 때문에 그대로 거래를 진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거기서 한 차례 거절하고, 100이라도 더 불러봤어야 했는데 그건 아쉽다. 나도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다.
매우 싸게 사지도 않고, 매우 비싸게 팔지도 않은 적당히 싸게 사서, 적당히 오른 가격에 판 거래였지만 나의 첫 거래였기에 배운 것이 많았다. 게다가 한 달 만에 팔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덕분이라는 것도 추후 복기하면서 깨달았다. 점차 오르는 상승장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팔렸지, 하락장이었으면 더 힘에 부쳤을 수도 있다. 운 좋게 매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매도에 대한 꿀팁은 다음의 바카라에서 거의 다 익혔다.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 정말 좋은 바카라이다. 매도를 앞두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주식 시장의 변치 않는 명언처럼 매도에는 나의 선택만이 작용하지 않는다. 매수는 내가 원하면 살 수 있지만 매도는 그렇지 않다. 물건 보여주는 것에 협조해 주시고 퇴거협의까지 해주신 임차인, 적극적인 중개로 손님을 데려와주신 중개사, 그리고 내 물건을 사겠다고 해주신 매수자까지. 모두의 니즈와 도움이 합쳐진 콜라보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부동산 투자를 하기 전에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고 혼자서 뭐든 해결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투자를 한 뒤부터는 성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매수와 매도 모두 어렵지만 특히나 매도는 혼자서 매듭을 지을 수 없다. 그러니 평소에 더욱 잘해야 한다. 오늘의 행동 하나가 훗날에 나비효과가 돼서 나의 매도를 도울 수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