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 바카라(柵)

1868년 1월 3일, 교토

by밤톨


교토의 밤공기는 얼음장 같았다.

히에이 산에서 내려온 삭풍이 황궁 숲을 헤치고 전각 처마를 스칠 때마다, 얼어붙은 기와들이 파열하듯 미세한 소리를 냈다.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정권을 조정에 반납한다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선언한 지 두 달. 에도의 권력은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칼을 쥔 사쓰마와 조슈의 무사들은 칼집을 닫을 생각이 없었다.

해가 지자 어소 경내의 작은 전각인 쇼고쇼로 공경(公卿)들과 서남 웅번(雄藩)의 실력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복도를 울리는 낡은 마루의 삐걱거림, 비단 옷자락이 스치는 건조한 파열음만이 감돌 뿐 누구도 말을 섞지 않았다. 문밖 뜰 아래에는 총포와 창검으로 무장한 병력이 겹겹이 어소를 에워싸고 있었다.


등롱의 심지가 타닥거리며 그을음을 뱉었다. 기름 타는 냄새 사이로 젖은 쇠 냄새가 섞여 들었다. 도쿠가와 가문의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어스름이 천장을 완전히 덮었을 무렵, 정좌한 대신 하나가 소매에서 문서를 꺼내 펼쳤다. 먹향 밴 종이 구겨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번졌다.

"이제 막부의 관제를 완전히 폐지한다. 섭정과 관백 또한 혁파할 것이니, 만기(萬機)는 오로지 천황의 친정(親政)으로 귀결될 것이다."

낭독하는 목소리는 메말랐으나 종이를 쥔 손끝은 잘게 떨렸다. 260년 넘게 무가(武家)의 정점에 군림해 온 정이대장군(征夷大將軍, 쇼군)의 폐지가 선포되는 순간이었다. 좌중의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울리는 소리가 들릴 듯했다.


좌석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친(親)막부파 번사가 참지 못하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엄지손가락으로 허리에 찬 칼의 코등이를 밀어 올리는 찰칵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그 찰나, 창밖 뜰에 도열해 있던 사쓰마 병사들이 창대를 마루 밑바닥에 일제히 쿵, 내리찍었다.

무언의 경고였다. 번사의 손은 칼자루를 쥔 채 굳어버렸고 끝내 날을 뽑아 올리지 못했다.


발 너머 옥좌에는 열여섯 살의 소년 천황이 겹겹의 관복 속에 파묻힌 채 앉아 있었다. 소년은 미동조차 없이 눈앞의 풍경을 응시했다. 창백한 뺨 위로 어린 긴장이 스쳤으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들이 일제히 마루에 이마를 조아렸다. 머리가 목조 바닥에 닿는 둔탁한 소리가 이어졌다. 새로운 군주의 탄생이었다. 그들의 등 뒤로 무사들의 짚신이 서리 내린 땅을 짓밟는 소리, 칼집과 창이 부딪치는 쇳소리만이 밤안개 속으로 낮게 흩어졌다.




오사카성에 머물던 요시노부에게 쇼고쇼의 소식이 닿은 것은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다.

전해진 칙령 문서를 내려다보던 요시노부는 묵묵히 서신을 그러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대정봉환을 통해 실질적인 제후 회의의 맹주로 남으려 했던 계산은, 무력을 앞세운 토막파(*막부를 폐지하고 천황을 옹립하는 세력)의 선언 한 줄에 무참히 짓밟혔다.


그는 촛불 앞에 홀로 섰다. 거친 숨을 내리누르는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공을 향한 독백은 낮고 건조했다.


초대 쇼군 이에야스 때부터 26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조선과의 오랜 평화가 곧 막을 내릴 것을 그날의 하늘도 직감했을까. 겨울의 달빛은 유난히 희미하고 서글펐다.


마치 새로운 시대의 탄생과 함께 닥쳐올 혼란과 비극을 예고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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