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내려줘

두려움 위에서 버티는 마음

by이키드로우
이키드로우_작품1031.jpg


살다 보면 내가 올라탄 삶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해서 시작했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떤 순간에는 내가 그 길을 주도적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나를 끌고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 작품 [ CAN YOU LET ME DOWN? ]은 그런 마음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 캐릭터는 커다란 붉은 존재 위에 올라타 있다.
그 존재는 동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삶의 불안이 몸을 가진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캐릭터의 표정은 여전히 어리둥절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내려와야 하는지도 모르는 얼굴이다.

일, 관계, 바카라임, 기대, 불안.

우리는 그런 것들 위에 올라탄 채 살아간다.
처음에는 이 삶을 잘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붙잡고 있는 건지,
붙잡혀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진다.


그래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한다.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하루를 보내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무너지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선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자꾸 같은 말이 떠오른다.

나 좀 내려줄래?


이 말은 단순히 그만두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 안에 계속 갇혀 있고 싶지 않다는 고백에 가깝다.

지금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잃어버린 채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말이다.


우리는 강해야 한다고, 강해져야 한다고 배운다.

불안해도 참고, 무서워도 버티고,
흔들려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용기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만은 아니다.

때로는 “무섭다”라고 말하는 것도 용기다.
“잠시 내려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도 용기다.

무작정 버티기 전에,
내가 지금 무엇 위에 올라타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도 용기다.

두려움을 외면하면 두려움은 더 커진다.
이름 붙이지 못한 불안은 삶의 배경처럼 계속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말로 꺼내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그 위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게 된다.


[ CAN YOU LET ME DOWN? ]은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는 사람의 속마음을 그린 작품이다.

계속 달려야만 할 것 같은 삶에서,
한 번쯤 멈춰 서고 싶은 마음.

두려움에 끌려가는 대신,
다시 내 의지대로 한 발 한 발 걷고 싶은 마음.


당신도 혹시
아무렇지 않은 척 올라타 있는 삶 가운데 있는가?

그렇다면 오늘은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물어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Can you let me down?
나 좀 내려줄래?라고.






작품 정보

작품명|CAN YOU LET ME DOWN?
작가|이키드로우 IKI.D.RAW
제작연도|2025
재료|Acrylic and oil pastel on canvas
크기|53 × 45.5 × 1.5 cm

이전 03화아직 작아도 자라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