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는 마음에 대하여
때로는 삶이 위선으로 가득 찬 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늘 어리둥절하고 힘든데, 겉으로는 웃고 떠듭니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고, 삶은 혼돈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합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나를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아, 나도 쇼를 하고 있구나.
그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쪽이 불편해집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 사실은
내 안에 너무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척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순수한 척하는 사람, 괜찮은 척하는 사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것은 결국 내 안에도 있습니다.
나는 순수하지 않으면서 순수한 사람이고 싶어 합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두려움이 많은데도 강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타인의 위선이 유난히 거슬리는 이유는,
어쩌면 그 안에서 내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남의 위선을 말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내 안의 위선을 바라보는 그림입니다.
세상 앞에서 내가 쓰는 가면.
그 가면 뒤에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떨고 있는 진짜 나.
순수한 척, 괜찮은 척, 강한 척할수록 오히려 더 어색하게 드러나는 내 안의 두려움.
척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일은 멋진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 삶에서는 많은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였을 때 누군가 실망할까 봐,
약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무시당할까 봐,
복잡한 마음을 말했을 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우리는 자꾸 무언가를 덧입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쇼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나를 지키기 위한 선의의 얼굴 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얼굴이 진짜 나를 대신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괜찮은 척하는 사람이 되고, 강한 척하는 사람이 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 됩니다.
문제는, 그 척이 나를 완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숨겨둔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려둔 불안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더 열심히 괜찮은 척할수록,
그 이면의 진짜 얼굴은 내 뜻과 상관없이 고개를 내밉니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을 그리며 묻게 됩니다.
얼마나 더 성숙해야 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나를 받아들여야 이 삶을 진솔하게 대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용기 내야 가면 뒤에 숨은 얼굴까지 내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척합니다.
여전히 괜찮은 척하고, 여전히 강한 척하고,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합니다.
다만 이제는 그 척을 모른 척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안에 위선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내 안에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럼에도 그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는 것.
어쩌면 성숙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순수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척하는 나를 알아차리는 것.
완전히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척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
완전히 진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솔해지고 싶어 하면서도 자꾸 가면을 쓰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이 작품은 그런 마음을 그린 것입니다.
위선으로 가득 찬 쇼 같은 삶 속에서,
그 쇼를 멈추고 싶어 하는 나의 고백입니다.
나는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내 안의 위선을 바라보는 일도,
결국 조금 더 진솔해지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을.
작품명|SHOW
작가|이키드로우 IKI.D.RAW
제작연도|2026
재료|Oil pastel and acrylic pen on canvas
크기|53 × 45.5 × 1.5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