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 위에 돋아난 희망에 대하여
작품명|HOPE IS GROWING
작가|이키드로우 IKI.D.RAW
제작연도|2025
재료|Acrylic and oil pastel on canvas
크기|53 × 45.5 × 1.5 cm
희망은 꼭 밝은 얼굴로만 오지 않는다.
희망이라고 하면 우리는 자주 환한 빛을 떠올린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상황이 조금은 안정되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야
비로소 희망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희망은
그렇게 반듯한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가장 어두운 밤같은 날에
이상한 얼굴을 하고 올 때가 있다.
당황한 표정으로,
어색한 자세로,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HOPE IS GROWING〉 속 캐릭터도 그렇다.
활짝 웃고 있지 않다.
눈은 크게 떠 있고,
입은 벌어져 있다.
놀란 것 같기도 하고,
겁먹은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머리 위에
작은 새싹이 자라고 있다.
나는 이 장면이 좋다.
희망이 가장 평온한 얼굴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고 어리둥절한 얼굴 위에 자라고 있다는 점이 좋다.
희망은 꼭 확신과 함께 오지 않는다.
아직 괜찮지 않아도,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도,
아직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속에 있어도,
그 안에서 희망은 자라날 수 있다고.
삶에서 희망을 느끼는 순간도 그렇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이제 희망이 생겼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다시 살아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덜 무너진 오늘.
오래 미뤄둔 일을 아주 조금 시작한 오늘.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숨을 고르게 된 오늘.
아직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끝난 것 같지도 않다고 느끼는 오늘.
그런 날들이 있다.
아주 작아서 희망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순간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작은 움직임들이
나를 다시 살게 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HOPE IS GROWING이다.
희망이 이미 다 자랐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도 자라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 작고,
아직 약하고,
아직 모양도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자라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우리는 종종
상황이 완벽해진 뒤에야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정리되고,
조건이 갖춰지고,
확신이 생기고,
두려움이 사라진 뒤에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삶은 그렇게 친절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가 덜 되었어도 시작해야 할 때가 있고,
마음이 설익었어도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두렵고 무서워도
그 두려움 안에서 조금씩 해나가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과정에서
희망은 자란다.
희망은 가만히 기다리는 사람에게
완성된 열매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안한 마음으로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아주 조금이라도 시작하는 사람에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보는 사람에게,
확신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기로 한 사람에게
조금씩 자라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리둥절한 얼굴 위에서도,
엉망인 마음 한가운데서도,
희망은 작은 새싹처럼 자라난다고.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서도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작은 희망 하나가
조용히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