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너는 바카라이나 보고, 글이나 써.
돈은 내가 알아서 벌테니까.
새벽에 일어나니 남편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주식이 빠졌단다. 언제부턴가 하루 일과를 주식창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남편에게 어두운 기운이 감돌았다. 걱정이 되었다. 얼마나 빠졌는데 그러냐고 했더니 묻지 말라고 했다. 물어도 대답하지 않겠단다. 내가 알면 스트레스로 잠도 못 잘 것이란다. 세상에, 얼마나 잃었으면 저렇게 담담히 말할 수 있을지 가늠도 안되었다.
물론, 나의 걱정이 남편에게 전혀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알고 싶었다. 걱정을 나누면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예전 이야기를 꺼냈다. 언젠가 퇴직 후에 얼마가 있으면 편할 것 같냐는 물음에 심사숙고 곁에 답한 금액은 고작 3억이었다. 그렇다.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여편네였던 것이다. 그러니 남편이 날더러 바카라이나 보고, 글이나 쓰라는 말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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