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취향

해외에서 사람을 만나려면 음식취향이 같아야 할까

by라고미

어릴 때부터 난 편식쟁이었다

골고루 먹는 게 참 어려웠고

같은 음식도 집에서 엄마가 만든 거 아님 안 먹을 정도였던

그런 아이였다

그러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급식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식욕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급식이 참 먹기 싫었다

다 커서 생각해보니

당시 학교분위기(혹은 선생님의 지도)가

굉장히 엄격해서 잔반이 남으면 안되는 거였고

잔반이 남으면 안된다는 압박이 날 더 편식쟁이로 만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대학교를 타지역으로 가야하면서

부모님과 처음 떨어져 살게 되었다

기숙사 급식 혹은 직접 나가서 사먹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자유가 주어지다보니 오히려 난 어릴 때보다 상대적으로

이것저것 잘 시도하고 먹어보고 했던 거 같다

성인이 되었다는 기쁨때문이었을까

어릴 땐 찾지 않던 음식도 조금씩 더 먹어보게 되었다

물론 그래도 이것저것 다 잘먹어요라고 말할 수 없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


못 먹는 것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지만

굳이 적자면

회

추어탕

피순대

곱창 (등 모든 부속물)

양고기 (소, 돼지, 닭, 오리 이외는 거의)


향신료가 너무 강한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먹을 수 있고 먹고자 하는 범위 안에선

최대한 즐기려고 하고 시도하려고 하는데

그게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내 주변 친구들 사이에선 난 골고루 먹는 편이고

슬롯 나와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선 난 굉장히 편식쟁이가 된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뭐 너 알아서 잘 먹겠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부류들은 나를 참 안쓰럽게 보거나

당최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눈빛까지도 받아봤다

왜 못 먹어?


조금 과장하자면 먹기 싫은 거 먹으면

구역질이 나오기도 하는데

굳이 먹어야 하나 싶다

그래도 강요받는 분위기에선 정말 고역이었다


그런 내가 해외에서 나와 살면서 또 다른 도전에 부딪혔다

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환경에 처했고

외식물가가 살벌한 북유럽, 스웨덴에 살고 있는 것

다행히 불과 몇년 전에 비해선 한식재료를 그나마 공수하기 쉬워졌다는 거

나에겐 정말 정말 다행이다

가장 최애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떡볶이와 김밥이 치열하게 비등비등 1위를 다투는데

얼마 전부터 김밥이 아주 조금 더 좋아졌다

영양상으로도 김밥이 더 골고루 먹는 느낌이고

더 끼니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근데 스웨덴에선 김밥을 파는 곳도 잘 없어서

겨우 구한 단무지에 김밥김에

직접 집에서 싸먹는 것에 아주 감사하면 살고 있다

최근 냉동김밥을 발견했다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면 잘 사지 않는 편인데

무려 대기업 청정원

몇번 고민하다가 사봤다

나름 할인 중이라 2개 90크로나

요즘 환율로 2줄에 1만 3,500원

이정도면 정말정말 착한 가격이다

따뜻한 김밥을 선호하지 않지만

냉동된 상태라서 포장지에 적힌 방법대로

전자렌지에 데워야만 했다

2가지 다른 맛을 샀는데 사실 잘 구별이 가지 않는 맛이다

밥 양이 상대적으로 많고 맛이 그냥 그랬다

오히려 편의점 김밥이 그리울...그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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