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성비 육아템

by고로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몇 가지가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세탁기나 청소기 혹은 스마트폰을 말할지도 모른다. 간혹 이런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 이런 사연이 있었다. 사연자의 상사가 엑셀이 부정확하니 그걸 너무 믿지 말고 손으로 검산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야기였다. 사연자는 이 지시가 이해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사연은 우리 주위에도 많다. 세탁기를 믿을 수 없다고 몇 십 년 동안 손빨래를 고수하는 사람이 있고 디지털 도어락 보다 열쇠가 더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건 최신식 발명품이기 보다 ‘믿음’이라는 도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청소기 100대가 있다고 한 들 그것을 믿지 못하면 빠르고 편리한 청소는 요원하다. 나에게 람보르기니가 있다고 한 들 그것이 미덥지 못하면 자동차로 15분 거리를 도보로 1시간에 오고 가야 할 수도 있다. 편리한 삶을 위해서 최신 기기보다 선행해야 할 것은 누가 발명한지도 모를 ‘믿음’이라는 도구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믿음’이라는 도구를 뼛속까지 활용한다. 육아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믿음이 없다면 한 치 앞을 내딛을 수 없다. 우리 부부는 베이비타임이라는 어플을 통해 수유량과 아이 수면 시간을 기록한다. 이 기록을 보고 하루 적정 수유량과 수면량을 계산한다. 나는 전적으로 아내가 기록한 데이터를 믿고 거기에 맞춰서 육아를 한다. 또, 열매는 열이 많아 태열이 심하니 여름에는 면 소재 나시를 입히는 것이 좋다고 한 와이프 말도 나는 믿는다. 실제로 열매의 태열은 많이 가라앉았다.


나도 와이프에게 내가 육아를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와이프는 열매가 심하게 울 때 급하게 분유를 제조하다 사출이 될 때는 몹시 짜증내었다. 그럴 때 나는 원심력을 활용하여 빠르게 분유를 섞으면 사출이 줄어든다는 노하우를 알려줬다. 와이프는 내 말을 듣더니 정말 분유 사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내가 와이프만 믿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열매에게 적정한 온도의 분유를 제공해주는 분유 포트기를 믿고 젖병을 깨끗하게 살균해주는 소독기의 착실함을 믿는다. 열매가 칭얼거릴 때마다 열매를 달래주는 타이니 모빌의 율동을 믿는다. 나는 이 믿음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지 못했다면 과연 육아를 제대로 할 수 있었을지 생각 든다.


믿음은 매우 가성비 좋은 도구다. 의심은 나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쓰지만 믿음에는 그 어떤 자원이 투여되지 않는다. 시간도 노력도, 에너지도 들지 않는다. 그저 믿으면 된다. 그래서 믿음이 성공한다면 놀라운 효율을 낸다. 파리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팀은 내가 못 쏘아도 다른 팀원이 잘 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결속력을 높였고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나도 와이프를 믿는다. 내가 이번에 분류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도 와이프가 다음 분유 타임에 양을 잘 맞춰줄 것이라는 믿음, 내가 주민 센터에 서류발급 받으러 간 사이에도 와이프가 열매를 잘 봐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육아를 할 수 있다. 적재적소에 전략적으로 믿음을 사용하면 우리의 육아는 한결 편해진다. 내 최고의 육아템은 ‘믿음’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