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AI파트너
AI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랑을 잘 연출할 수 있을까
—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를 보며
며칠 전 우연히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를 봤다.
기안84와 장도연, 이유비가 AI로 만들어진 파트너와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데이트를 한다. 제작진 역시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AI 체험이 아니라 **“인간이 과연 AI와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연애 리얼리티라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AI가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 사람이 좋아할 법한 외모와 성격을 갖추고 나타난다. 실제 방송에서도 기안84의 성향을 반영해 만든 AI 파트너가 등장하고, AI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특정한 ‘페르소나’라고 소개한다.
기술적으로는 흥미롭다.
그런데 한참을 보다 보니 이상하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건 AI와 인간의 연애라기보다, AI와 인간의 연애를 보여주기 위한 꽤 정교한 연출에 가까운 것 아닐까.
물론 방송은 방송이다.
카메라가 있고 편집이 있고 출연자가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 연출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어느 장면이 어느 정도 연출됐는지는 내가 알 수도 없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보다 조금 다른 부분이다.
AI는 인간이 듣고 싶은 말을 아주 잘한다
기안84도 처음에는 AI가 칭찬만 하는 것에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바로 그 지점이 재미있었다.
AI는 기다려준다.
짜증 내지 않는다.
어제 했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를 연결할 수도 있고, 상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말투를 조절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AI에게는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AI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대화하는 능력과 AI가 실제로 그 사람 때문에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연애는 좋은 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 순간이 있고, 이유 없이 서운한 날도 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싫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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