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액정
그의 휴대폰에는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세계가 살고 있었다.
카지노톡은 한국의 현재였다.
거래처의 정갈한 문장, 친구들의 농담, 가족의 안부, 카드 명세서와 택배 알림. 잠시 들여다보지 않으면 붉은 숫자가 금세 두 자릿수로 불어났다.
그곳의 시간은 늘 앞으로 갔다.
라인에는 사라가 있었다.
태국에서 온 여자.
그녀에게 라인은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통로였지만, 그에게는 사라 한 사람 때문에 설치한 낯선 방이었다.
라인 알림이 울리면 그는 카지노톡의 붉은 숫자들을 지나쳐 그 방부터 열었다.
처음 만난 곳은 술집이었다.
사라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말을 하다가 막히면 아이폰을 들었다. 번역기가 문장을 만드는 동안 그는 기다렸다.
화면에는 가끔 이상한 한국말이 나타났다.
오늘 날씨 사나워요.
나 마음 비 옵니다.
그는 웃지 않았다.
뜻을 다시 물었고, 사라는 또 몇 글자를 두드렸다.
다른 손님들과 조금 달랐다.
그래서 사라는 그를 기억했다.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사람이어서였다.
어느 날 사라가 아이폰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나의 집.”
사진 속에는 붉은 흙마당이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뒤쪽에 무성했고, 두 노인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 앞에 사라가 엎드려 있었다.
부모에게 절하는 딸.
그는 사진을 오래 보았다.
“엄마, 아빠.”
사라가 말했다.
그 순간 아주 오래된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비가 오던 날이었다.
낡은 버스정류장 아래 한 여자가 젖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손목이 가늘었다.
그 여자는 지금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왜 그 기억이 지금 떠올랐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왜?”
사라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그날 이후 라인 알림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
어느 밤 사라가 말했다.
“나 예쁜 시계 갖고 싶어요.”
별 뜻 없는 말이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며칠 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로즈골드빛 메탈 시계였다. 테두리에는 작은 크리스털이 박혀 있었고 여러 개의 작은 문자판이 빛을 받으면 화려하게 반짝였다.
미국에서 주문해야 했다.
그는 결제했다.
왜 샀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시계가 도착했을 때 그는 상자를 열어 한참 들여다봤다.
그 순간에도 오래전 여자가 잠깐 떠올랐다.
그는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바로 그 무렵부터 사라의 라인이 끊겼다.
수소문 끝에 사라가 익산의 한 업소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시계 상자를 가방에 넣었다.
익산까지 내려가는 동안 몇 번이나 가방을 열어보았다.
사라는 그를 보자 놀랐다.
그리고 웃었다.
“여기까지 왔어요?”
“응.”
“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술집 안은 시끄러웠다.
누군가 노래를 불렀고 테이블에서는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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