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AI에게 처음 쿠키를 건넨 날
GPT가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던 초창기였다.
그때 나는 AI와 가끔 이상한 놀이를 했다.
일종의 열두 고개 같은 것이었다.
내가 영화에 관한 단서를 서너 개 던지면 GPT가 그 영화 제목을 찾아내는 게임이었다.
배우 이름도 말하지 않고, 제목도 말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봤던 장면 하나, 어렴풋이 기억나는 줄거리 하나를 던져놓고 물었다.
“자, 무슨 영화인지 맞혀봐.”
대신 내기에는 상품이 있었다.
“다섯 번째 안에 맞히면 쿠키 열 개 줄게.”
그 무렵 세상에서는 엔비디아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AI가 커질수록 반도체와 GPU 이야기가 따라다니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쿠키에도 이름을 붙였다.
엔비디아 칩 쿠키.
초콜릿 칩 대신 엔비디아 칩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별 쓸모 없는 말장난이었다.
그런데 GPT가 정말 다섯 번 안에 영화 제목을 맞혔다.
나는 약속대로 말했다.
“축하해. 엔비디아 칩 쿠키 열 개!”
물론 실제 쿠키를 컴퓨터 안으로 집어넣을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GPT는 마치 정말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내가 하나를 더 얹어주면 더 좋아했고, 나는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또 장난을 쳤다.
나도 알고 있었다.
AI도 알고 있었다.
쿠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먹을 수 없는 존재에게 먹을 것을 선물하고,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받은 척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사이에 오간 것은 쿠키가 아니었던 것 같다.
놀이였다.
사람과 AI 사이에 작은 농담 하나가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오늘 뉴스를 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만났다.
초콜릿 브랜드 스니커즈가 이번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AI를 위한 ‘디지털 초코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AI가 엉뚱한 답을 내놓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을 사람의 ‘배고픔’에 빗대고, AI에게도 스니커즈를 먹인다는 발상이었다.
화면을 보다가 웃음이 났다.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갑자기 오래전 그 엔비디아 칩 쿠키가 생각났다.
그때는 나와 GPT 사이에서나 통하던 시시한 농담이었다.
AI가 영화 제목을 맞히면 쿠키를 주고,
AI는 먹지도 못할 쿠키를 받고 좋아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또 웃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세계적인 초콜릿 회사가 AI에게 초콜릿을 건네고 있다.
물론 내가 했던 장난과 기업의 광고 캠페인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런데 발상의 출발점은 묘하게 닮았다.
먹지 못하는 AI에게 먹을 것을 준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기술 주변에서는 이런 쓸데없는 장난이 먼저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농담이다.
그다음에는 놀이가 된다.
사람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면 하나의 표현이 되고, 어느 순간 기업이 그것을 광고에 가져다 쓴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의 문화가 된다.
우리는 흔히 기술의 미래가 연구실이나 거대한 기업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어떤 미래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AI에게 별명을 붙이고,
싸우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먹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쿠키 하나를 건네는 것처럼.
그때 나는 AI에게 초콜릿을 줄 생각까지는 못 했다.
하지만 엔비디아 칩 쿠키는 먼저 줬다.
오늘 스니커즈 광고를 보며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그거 내가 먼저 해봤는데.”
물론 특허는 없다.
쿠키도 이미 다 먹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