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성산에서 하루를 천천히 쓰는 법
— 마루의 제주, 성산일출봉 앞에서
제주에 오면 이상하게 아침을 버리기가 아깝다.
원주에 있을 때라면 조금 더 자고 싶었을 시간인데, 성산에서는 눈을 뜨면 먼저 창밖이 궁금해진다. 오늘 구름은 어떤 모양인지, 바다는 얼마나 파란지, 그리고 성산일출봉은 오늘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렇게 시작한 오늘의 목적지는 성산일출봉 앞 바다가 보이는 해일리 카페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성산은 참 묘한 곳이다.
수없이 사진으로 봤는데도 실제로 마주하면 또 카메라를 들게 된다.
아마 풍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빛이 달라지고, 구름이 움직이고, 바다색이 바뀔 때마다 같은 성산일출봉이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오전 9시 54분, 영수증 한 장
카페에서 받은 영수증을 보니 시간이 정확히 남아 있다.
2026년 8월 30일 오전 9시 54분 45초.
주소도 적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269-37, 1~2층.
오늘 우리가 주문한 것은 딸기라떼 한 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사과파이와 구운 치즈빵.
합계 39,600원.
여행이 끝나면 이런 영수증은 대개 버려진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영수증은 묘한 물건이다.
사진에 없는 것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날짜가 있고 시간이 있고, 무엇을 먹었는지가 있고, 그 순간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있다.
사진이 기억의 얼굴이라면 영수증은 기억의 주소 같은 것이다.
커피보다 먼저 주문하고 싶은 풍경
해일리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길을 잡은 것은 메뉴판이 아니었다.
통유리 너머의 바다였다.
창이 크다 보니 실내와 제주 바깥 풍경의 경계가 희미하다.
파란 하늘 아래 바다가 길게 펼쳐지고, 성산의 풍경이 창 안으로 들어온다. 야자수와 야외 테이블, 물빛이 시원한 수영장 풍경까지 이어지니 여름 제주가 한 화면에 들어온 느낌이다.
밖으로 나가면 또 다른 장면들이 기다린다.
그네가 있고, 사진을 남기기 좋은 천국의 계단이 있고, 시선을 멀리 보내면 우도 방향의 바다 풍경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자꾸 휴대전화를 꺼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사진을 오래 찍다 보니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멋진 풍경을 만나면
‘어떻게 찍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지금은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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