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앞에 섰다.

선택

by마루

교차로 앞에 섰다.

목적지는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가는 길은 두 개였다.


왼쪽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고, 오른쪽 횡단보도를 먼저 건너 왼쪽으로 갈 수도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도 목적지에는 도착한다.


나는 굳이 계산하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자 한쪽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쪽으로 걸었다.


아주 평범한 선택이었다.


초록불은 목적지를 모른다


걷다가 문득 AI가 생각났다.


요즘 나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AI에게 자주 묻는다.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은지, 무엇이 다른지,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


AI는 빠르게 계산한다.


그리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교차로의 신호등과 닮았다.


초록불.


지금은 이쪽으로 가도 된다는 표시.


그러나 신호등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내가 병원에 가는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아무 목적 없이 산바카라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정해진 조건에 따라 불을 켜고 끈다.


AI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수많은 정보를 계산하고 가장 그럴듯한 방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AI는 신호등이고, 나는 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런데 돌멩이를 밟았다


초록불을 따라 길을 건넜다.


조금 걷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툭.


작은 돌이었다.


별것 아닌 돌멩이였는데 발이 아팠다.


처음에는 그냥 걸었다.


그런데 몇 걸음 지나도 아팠다.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돌멩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울퉁불퉁한 길이 보였다.


그 순간부터 이상한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왜 이렇게 되어 있지?'


반대편 길을 봤다.


저쪽은 생각보다 매끈했다.


'잠깐.'


'저쪽으로 갔으면 더 빨랐던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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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AI로 블로그 하시면 좋으십니까?" 새벽 다섯 시 사십일 분에 달린 댓글이다. 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볼수록 좋아졌다. 화두는 원래 그렇게 온다. 모르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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