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김의 미학

녹으면서 더 차가워지는 것들

by김경훈

아이스크림이 냉장고 없이 만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전기 기계가 없던 옛날에는 얼음에 소금을 넣어 아이스크림을 얼렸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다. 무언가를 얼리려면 더 차갑게 만들어야 하는데 얼음에 소금을 넣는다고 더 차가워진다니. 소금은 우리가 아는 한 온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 물질이다. 짤 뿐이다. 그런데 그 짠 가루를 얼음에 뿌리면 얼음만 있을 때보다 더 낮은 온도가 만들어진다.


얼음 100그램에 소금 33그램을 섞으면 영하 2도까지 내려간다. 얼음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온도다. 이 반대되는 것 같은 현상 안에 꽤 아름다운 원리가 숨어 있다.


이 방법은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 유일하게 인공적인 저온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한여름에 차가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마법에 가까운 일이었다. 왕과 귀족들이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이 원리를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음과 소금. 흔한 두 재료를 섞는 것만으로 여름에 겨울을 만들어냈다.



먼저 얼음이 녹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보자.


얼음은 물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단단히 붙어 있는 상태다. 이 결합을 풀고 물이 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주위에서 빼앗아야 한다. 이것을 융해열이라고 한다. 물 1그램이 녹는 데 약 80칼로리의 열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음이 녹을 때 열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열을 빼앗는다는 점이다. 얼음을 손에 쥐면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얼음이 우리 손의 열을 빼앗아 녹고 있는 것이다. 녹는다는 것은 곧 주위를 차갑게 만드는 일이다.


여름에 얼음물이 시원한 것도 같은 원리다. 얼음이 물속에서 녹으면서 물의 열을 계속 빼앗는다. 그래서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물은 차갑게 유지된다. 얼음이 전부 녹아버린 뒤에야 물이 미지근해지기 시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얼음이 남아 있는 동안은 그것이 부지런히 열을 빼앗고 있다.


이 열을 빼앗는 능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0도의 물을 0도의 얼음으로 바꾸는 데 드는 에너지가, 0도의 물을 80도까지 데우는 데 드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얼음 한 조각이 녹으면서 빼앗아가는 열의 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상태가 바뀌는 순간에는 온도가 바뀔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오간다.



그런데 얼음의 냉각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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