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傳播)

통계 속 죽음에 관하여

by김경훈

프롤로그


2038년 3월, 세계보건기구는 짧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2개월간 전 세계 사망률 분포에 통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편차가 감지되었습니다. 특정 지역의 사망률이 예측 모델을 0.003% 초과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동일한 비율로 감소하였습니다. 원인은 조사 중입니다.


보고서는 학술지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되었고, 아무도 읽지 않았다.



1장 버릇


"킁킁!"


마주 앉은 이민준이 무심코 코를 씰룩이자, 김서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또 그런다, 또! 내가 그것 좀 하지 말랬잖아!"


"응? 아, 미안."


사귄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버릇이었다. 킁킁거릴 때마다 구겨지는 얼굴이 보기 싫었고, 그 소리 때문에 밥맛이 떨어지는 것도, 애써 잡은 분위기가 확 깨지는 것도 싫었다.


"오빠. 난 진짜로 그 버릇이 싫어. 고쳐봤어, 노력이라도?"


"나도 모르게, 하하. 버릇인데 어쩌겠어."


"장난 아니야. 못 고치면 나도 다른 생각 해볼 것 같아."


이민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서연이 계속 표정을 풀지 않자, 그는 한참 뜸을 들이다 작게 속삭였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무슨 사정?"


"사실은… 이걸 할 때마다, 돈이 생겨."


"뭐?"


황당한 얼굴을 한 서연 앞에서 이민준이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킁킁! 킁킁킁! 킁킁!"


그의 손이 주머니에서 나왔을 때, 천 원짜리 지폐 여러 장이 쥐어져 있었다.


서연은 말문이 막혔다. 킁킁거릴 때마다 지폐가 나왔다. 주머니가 텅 빈 것이 확인된 후에도.


"하루에 77번이라는 제한이 있어. 겨우 천 원이지만."


"그럼 7만 7천 원?"


흥분이 밀려왔다. 질문들이 쏟아졌다. 언제부터, 어떻게, 왜. 그런데 이민준은 왜 숨겼느냐는 물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멈췄다.


"네가 사실을 알면… 나를 혐오하게 될까 봐."


"왜?"


끝까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서연은 무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장 브로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내가 서연에게 말을 걸었다.


단정한 회색 수트. 나비넥타이. 이름표 하나 없는 깔끔한 차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처음부터 서연에게 직접 말을 건넸다.


"남자 친구분 말입니다. 천 원짜리 능력."


서연이 굳어졌다.


"저는 NEXUS의 에이전트입니다." 사내가 말했다. "설명이 좀 길지만, 시간이 되시면."


서연은 다음 정거장에서 그를 따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승강장 끝 벤치에 앉아 사내가 설명했다.


NEXUS는 2029년에 설립된 확률공학 기업이었다. 정식 명칭은 Probabilistic Redistribution Technology, Inc. 핵심 기술은 단순했다. 세계 어딘가에서 통계적으로 발생할 죽음 — 교통사고, 질병, 빈곤, 재해 — 의 확률 질량을 특정 개인에게 집약시키는 것.


쉽게 말하면, 세계 어딘가의 죽음을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다.


"킁킁거릴 때마다 주머니에 천 원이 생기는 대신, 세계 어딘가에서 당신이 모르는 누군가 한 명의 사망 확률이 100%로 수렴됩니다."


서연은 잠시 그 말의 의미를 처리했다.


"그러니까… 한 번 킁킁거릴 때마다 사람이 한 명 죽는다는 거예요?"


"정확히는, 어차피 죽을 가능성이 있던 사람이 그 시점에 죽게 됩니다. NEXUS의 기술은 새로운 죽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망 확률을 재배치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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