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에는 뭐다?!

by부스러기


시작은 AI였다. 친구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좀 받아볼까 싶은 마음에, AI에게 쓰고 싶은 글의 소재들을 던져주었다. 띄엄띄엄 생각나는 대로 소재를 던져주었더니 그럴싸한 글을 뽑아내더란다. 이것 봐라 싶어서, 단어 몇 가지를 툭툭 더했다. 그랬더니 '너무나 훌륭한 글의 흐름'이라며 격하게 칭찬을 하더니, '그럼 이번엔 제가 그 생각들을 조금 더 다듬어서 글을 써볼까요?' 하더란다. '그럼 한번 써봐줘.' 했더니, 매끄럽다 못해 미끄러운 글을 순식간에 써내더란다. 단 몇 초 만에 흠잡을 곳 없는 글을 써내니, 자기가 이 판에 껴도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굳이 힘을 짜내 쓰지 않아도 뚝딱하고 글이 나오는데, 더 이상 글을 쓸 동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그 상황이 너무 알 것 같아 웃음이 터졌다. '이런 내용의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서 맺어야 할지 모르겠네.' 라고 낮게 토로했을 뿐인데, 나보다 더 내 마음을 말쑥하게 글을 내오니 반대로 내 능력이 부족함을 느끼고, 이럴 거면 내가 직접 쓸 필요가 있을까 하며 머쓱하게 뒷머리만 긁게 되는 상황을, 나 역시 자주 겪었기 때문이다.


머리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계속 되다 보면 치매에 쉽게 걸리겠다며, 이야기는 자연스레 치매로 넘어갔다. 안그래도 엄마들은 동시에 열 가지 이상의 일을 하며 뇌가 과부하 되는 일이 많아서, 남자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걱정스런 수다 끝에 치매는 돌봄이 필요한 일이고, 또 품위 있게 살다 원하는 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 하기 위해서 ‘돈’ 이 필요함을 공감했다. 남의 보금자리를 뺏는 것 같아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우리가 재개발 투자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거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치매 예방에는 수공예가 아니라 재테크가 정답이라며 우리의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한참을 왁자지껄 웃었지만 내심 겁이 난다. 정말로 AI가 다 해버려서 나의 뇌가 일을 멈춰버린다면, 그땐 나의 그 어떤 삶과 죽음에 대한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알아도 대비할 수 없다. 바라는 바는 그저 오늘 하루를 만족하며 너무 미루지 않고 사는 것? 거기에 이왕이면 좀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욕심을 살그머니 더하는 정도랄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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