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역설
가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후회라기보다 짙은 아쉬움에 가까운 마음이다.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몇몇 순간은 조금 다르게 지나갈 수 있었을 것만 같다. '더 마음 써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법', '속마음을 다 드러내도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알아보는 법'.... 그런 것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서야 배울 수 있다. 물론 지금도 그 경계는 여전히 어렵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 과학적으로는 시간의 역설에 부딪히는 상상이다. 과거의 실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지금의 내가 과거를 바꾼다면 현재의 나 역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런 공상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내가 예전보다 조금은 나아졌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는 몇 가지 장점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세상을 행복 필터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필터가 벗겨졌을 때의 모습은 스스로만 안다. 그래서 고백해 보자면, 긍정적인 마음이 사라졌을 때 유독 깊은 절망에 오래 빠지고 만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출근해서도 아무 표정 없이 앉아있고, 집에서도 최소한의 일과 말만 한다. 최근에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가 아무리 해도 긍정적으로 뻗어나갈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을 연다면 누군가를 원망하는 말,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투정을 부릴 것만 같았다. 그럴 때는 애써 입을 닫고 손을 얌전히 주머니 속에 넣는 게 낫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다행히(?) 아이 둘을 키우는 일상은 생각에 깊이 빠져들도록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제헌절 휴일과 주말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정신없이 몸을 움직였다. 몸이 바쁘게 움직이니 어느새 마음 컨디션도 이전과 비슷하게 돌아와 있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그럴 때는 참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결국 이 글은 아이들이 쓰도록 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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