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시작
그리고 그 마음이,
훗날 세 사람의 운명을 다시 한번 뒤흔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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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시작되었다.
캠퍼스에는 어느새 여름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도진과 서하는 여전히 변함없는 연인이었다.
강의가 끝나면 함께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빈 강의실에 앉아 과제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나란히 공부했다.
주말이면 영화를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늦은 저녁에는 학교 운동장을 함께 산바카라했다.
둘은 캠퍼스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었다.
"저기 봐."
"도진 선배랑 서하 선배다."
"진짜 아직도 안 싸우나 봐."
"둘은 결혼할 것 같아."
학생들은 두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도진은 그런 말이 들릴 때마다 괜히 서하의 손을 더 꼭 잡았다.
"들었어?"
"우리 결혼한대."
서하는 피식 웃으며 그의 팔을 툭 쳤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지 마."
"난 좋은데?"
"난 아직 스물두 살이거든?"
둘은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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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도훈은 건축학과 강의를 마치고 유찬성과 함께 학생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멀리서 익숙한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도진과 서하였다.
도진은 자연스럽게 서하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있었고,
서하는 그런 도진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 잘 어울리네."
작게 흘러나온 말은 바람에 묻혀 사라졌다.
유찬성이 슬쩍 도훈을 바라봤다.
"또 보고 있었냐?"
도훈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거뒀다.
"아니."
"거짓말."
"다 티 나."
도훈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 밥이나 먹자."
유찬성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도훈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학생식당으로 들어갔다.
도훈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시선은 끝내 도진과 서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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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금요일 오후.
강의를 마친 도진이 가방을 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하."
"응?"
"나 오늘 태민이랑 기호랑 과제하기로 했어."
"도서관에 있을 것 같아."
서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늦겠다."
"끝나면 연락해."
"응."
도진은 자연스럽게 서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집 조심해서 가."
"너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인사였다.
서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도진도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도진이 향한 곳은 도서관이 아니었다.
학교 근처 번화가.
허태민과 진기호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야!"
"드디어 왔네."
태민이 웃으며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오늘은 스트레스 좀 풀자."
기호도 맞장구쳤다.
"과제는 내일 해도 안 늦어."
도진은 잠시 망설였다.
"... 오늘만이다."
세 사람은 그대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강렬한 음악.
화려한 조명.
도진도 친구들과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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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하는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최현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서하야.]
[도진 선배 오늘 과제한다며?]
[응.]
잠시 후,
현지가 사진 한 장을 보냈다.
강한 조명 아래 술잔을 들고 웃고 있는 도진.
그 옆에는 태민과 기호도 함께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위치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클럽
서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 거짓말."
그 한마디를 남긴 채,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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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뒤.
클럽 앞.
도진이 친구들과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길 건너 서 있는 서하와 눈이 마주쳤다.
도진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 서하?"
태민과 기호도 서하를 발견하고 서로 눈치를 봤다.
"우린 먼저 간다."
두 사람은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도진은 황급히 서하에게 다가갔다.
"서하."
"이게..."
서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 과제는?"
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서관이라며."
"... 미안."
"친구들이 갑자기 가자고 해서."
"잠깐만 있으려고 했어."
서하는 허탈하게 웃었다.
"잠깐?"
"잠깐 놀려고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
"말하면 네가 싫어할 것 같았어."
"그래."
"내가 싫어할 걸 알면서도 왔네."
도진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친구들이랑 하루 논 거야."
"별일도 없었고."
서하는 그의 말을 끊었다.
"별일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날 속였잖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하는 몸을 돌렸다.
"갈게."
"서하!"
도진이 다급히 뒤따라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 이거 놔."
"미안."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
서하는 손목을 빼내며 도진을 바라봤다.
"난 거짓말이 제일 싫다고 했잖아."
도진도 감정을 참지 못했다.
"친구들이랑 하루 논 게 그렇게 잘못이야?"
"그게 아니라!"
서하도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왜 자꾸 그걸 몰라!"
"클럽에 간 게 문제가 아니라."
"나를 속인 게 문제잖아!"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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