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첫 이별

두 번의 봄을 건너

byHelia

"... 우리.

...여기까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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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붙잡고 싶었다.

미안하다고,

이번만큼은 정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서하는 눈가를 훔치고는 천천히 등을 돌렸다.

도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볼 뿐이었다.

그날로 두 사람은 다시 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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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도진은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방 안에 틀어박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날이 이어졌다.

바카라상 위에는 입영통지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조용히 통지서를 접어 서랍 안에 넣었다.

'이제 정말 가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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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날 밤.

도훈은 거실에서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방에서 나온 도진이 냉장고 문을 열며 물을 마셨다.

도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형."

"... 응."

"후회돼?"

도진은 잠시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씁쓸했다.

"많이."

"거짓말했던 것도."

"혼자 군대 결정한 것도."

"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도훈은 형의 등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다녀와."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는..."

"정말 후회 안 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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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는 날.

이른 아침.

도훈은 형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함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하자 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훈아."

"엄마 잘 부탁한다."

"걱정 마."

"형도 몸 건강히 다녀와."

도진은 웃으며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다녀올게."

"형."

도훈이 형을 불러 세웠다.

도진이 뒤를 돌아봤다.

"... 왜."

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웃어 보였다.

"별일 없이."

"무사히만 다녀와."

도진도 미소 지었다.

"당연하지."

"제대하면 맛있는 거 사줄게."

형제는 짧게 포옹했다.

도훈은 형의 등을 한 번 두드렸다.

"잘 다녀와."

도진은 버스 계단을 천천히 올라탔다.

창가에 앉은 그는 창밖의 동생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보였다.

도훈도 끝까지 손을 흔들었다.

버스는 천천히 출발했다.

점점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보던 도훈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잘 다녀와."

그리고 속으로 한마디를 더 삼켰다.

'형.'

'누나는... 아직도 형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더라.'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버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도훈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형제는 처음으로 긴 이별을 맞이했고,

도진은 새로운 시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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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쉼 없이 흘렀다.
봄이 두 번 피고,
여름이 두 번 지나갔다.

그렇게 2년.
도진은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익숙했던 짧은 머리는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고,
군복 대신 평범한 옷을 입은 그는 다시 한국 대학교로 돌아왔다.
복학생이 된 도진은 어색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걸었다.

'많이 달라졌네.'

2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건물도, 사람도, 풍경도 조금씩 변해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
복학 첫날.
강의실을 찾던 도진은 중앙도서관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 순간,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긴 생머리.
익숙한 걸음.
도진의 발걸음이 멈췄다.

"... 서하?"

그 목소리에 여학생도 걸음을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 도진?"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서로를 단번에 알아봤다.

"전역... 했구나."

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진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복학했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시간 괜찮으면."

"... 커피 한잔할래?"

서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학교 앞 작은 카페.
오랜만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다.

날씨 이야기.

학교 이야기.

군대 이야기.

조심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도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잘 지냈어?"

서하는 잠시 커피잔을 내려다보다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럭저럭."

"너는?"

"나도."

또다시 침묵.
이번에는 서하가 먼저 말했다.

"... 군대 있는 동안."

"몇 번이나 편지를 쓸까 했어."

도진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정말?"

"응."

"근데 보내진 못했어."

"이미 끝난 사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도진은 고개를 숙였다.

"... 나도."

"매일 후회했어."

"그때 왜 혼자 결정했는지."

"왜 너한테 먼저 말하지 못했는지."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런데도."

"... 아직도 널 잊지 못했어."

서하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 역시 애써 숨겨 왔던 마음을 더는 감출 수 없었다.

"... 나도."

"...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너를 다시 보니까."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어."

도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하 앞에 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 이번엔."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게."

"다시는 혼자 결정하지 않을게."

"거짓말도 하지 않을게."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서하는 그의 손을 한참 바라봤다.
2년 동안 잊으려 애썼던 사람.
결국 가장 오래 그리워했던 사람.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

"...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야."

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번엔 절대 놓지 않을게."

따뜻한 봄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벚꽃 잎 하나가 두 사람의 맞잡은 손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첫사랑은
다시 한번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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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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