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형의 여자친구였다
그리고 그 말은,
훗날 도훈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만들 운명의 시작이 될 줄은,
형제 누구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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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도진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외쳤다.
"도훈아!"
방에서 게임을 하던 도훈이 방문을 열었다.
"왜?"
도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형 여자친구 생겼다."
도훈은 놀란 표정으로 형을 바라봤다.
"진짜?"
"어."
"누군데?"
도진은 일부러 뜸을 들이며 웃었다.
"비밀."
"에이."
"이름 정도는 알려줘."
"안 돼."
"직접 보여줄 거야."
도훈은 피식 웃었다.
"예뻐?"
도진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엄청."
"반하지 않고는 못 버틸걸?"
도훈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형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도진은 검지를 흔들며 말했다.
"근데."
"너도 반하면 안 된다."
"내 여자친구니까."
도훈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웃었다.
"내가 형 여자친구를 왜 좋아해."
"걱정도 많네."
도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모르잖아."
"워낙 예쁘니까."
"다음 주에 학원 와."
"소개해 줄게."
도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시간 되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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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도훈은 형이 다니는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착하자 복도에는 막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멀리서 도진이 손을 흔들었다.
"도훈아!"
"여기."
도훈은 형에게 다가갔다.
"왔네."
"응."
도진은 교실 안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서하야."
"잠깐만 나와 봐."
잠시 후 교실 문이 열렸다.
한 여학생이 가방을 메고 걸어 나왔다.
도훈의 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 어?'
익숙한 얼굴이었다.
매일 아침 같은 버스를 타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그 사람이었다.
도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활짝 웃었다.
"소개할게."
"내 여자친구."
"윤서화."
도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 서하.'
'이름이...'
'윤허하였구나.'
도훈은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젠장."
"... 하필."
도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얘가 내 동생."
"한도훈."
서하는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난 윤서하."
"도진이 여자친구야."
도훈은 잠시 멍하니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이름도.
목소리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도훈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 안녕하세요."
"한도훈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서하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나도."
"잘 부탁해."
그 순간 도훈은 깨달았다.
자신의 첫사랑은,
형을 만나기 전부터 시작됐지만,
형 때문에 끝나야 하는 사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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