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다시, 그 자리에서.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또 한 해가 지났다.


나는 다시 행정복지센터 현장 접수를 하러 일찍 집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듯 나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계셨다.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과 운동에 대한 열정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다 보니, 나는 두 권의 종이바카라과 따뜻한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챙긴다. 한 권은 선착순 자리를 맡아두고, 다른 한 권은 내가 읽는다. 기다림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접수를 기다리는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바카라장을 천천히 넘기는 시간이 되었다.


마침내 오전 8시가 되고 행정복지센터 문이 열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바카라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마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듯 끊임없는 대화가 오갔고, 과일과 큰 보온병에 담아 온 따뜻한 믹스커피까지 나누며 정을 쌓고 있었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복지센터 천장까지 울려 퍼졌다.


쉰 명쯤 모였을까. 나는 한쪽에서 조용히 바카라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때 옆에 계시던 60대쯤 되어 보이는 분이 내게 말을 건네셨다.


“젊어 보이는데, 조심스럽지만 결혼했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웃으며 “네, 결혼은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분이 말씀하셨다.

“젊은 친구가 현장 접수를 다 하러 오네.” 그리고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런 말을 이어가셨다.


“결혼해서 나중에 아기 낳아도,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요. 집에서도 예쁜 드레스 입고 살아요. 거울 보면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줘요.


그러고는 허허 웃으시며 덧붙이셨다.

"노인네가 별말을 다하지?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어서...”


마지막으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 눈치 보지 말아요. 나다운 게 제일 아름다우니까.”


처음 만난 분인데 오지랖이나 잔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마치 5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내 옆에 앉아 따뜻하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름도 모르는 분의 진심 어린 응원이 이렇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릴 때는 어른들의 말이 잔소리처럼 들렸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왜 저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말들이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조금 달라졌다. 아무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른들의 한마디가 오히려 기다려질 때가 있다.





“나다운 게 제일 예쁘니까.”


2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바로 이곳에서 마지막 여섯 번째 자리를 얻기 위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몸을 풀어보겠다고 요가를 시작했다. 뻣뻣하게 굳은 몸도, 조각난 마음도 어떻게든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그 후 2년 동안 나는 매트 위에서 수없이 몸을 접었다 폈다. 옆 사람의 자세를 보며 움츠러들 때도 있었고, 내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가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따라가며 내 몸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고, 오래 외면했던 마음의 소리에도 조금씩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나는 나를 다그치는 대신 다독이는 법을 배워갔다.


비교하지 않는 법,

무리하지 않는 법,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법.

그리고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


어느새 그것들은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작은 매트 위에서 시작한 변화는 매트 밖으로도 이어졌다. 숨이 조금 편안해졌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도 요가, 내일도 요가. 앞으로 수많은 날들 위에서 요가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삶이 다시 흔들리는 날이면, 이제 나를 지켜줄 방패도 하나가 아니다. 달리기가 있고, 요가가 있고, 그동안 매트 위에서 배운 것들이 있다.


힘이 들면 다시 호흡을 고르고, 내 속도로 돌아오자.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건네받은 따뜻한 한마디도 오래 마음에 담아두자.


나다운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울 테니까.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를 함께 읽어주시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월에는 새로운 주제로 네 번째 온라인카지노북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 마음을 활짝 펴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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