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위로 말고, 축하받고 싶어

The Best Day of My Life

byHazel


나는 정확히 한 달 후 결혼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한창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던 와중에 해고를 당한 것이다.

회사에는 내가 뿌린 청첩장만 덩그러니 남고, 청첩장을 준 나는 사라진 것이다.

4년 가까운 시간 함께한 사람에게 한 행동치고는, 꽤나 예의 없는 짓이었다.


인생의 큰 경사를 앞둔 나는, 한 순간에 불쌍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오롯이 축복만 받고 싶었다.


딱 삼일만 울기로 했다.

목요일에 짤렸으니, 금, 토, 일요일까지만 울자.

그리고 다시 행복한 신부로 돌아가자.


이렇게 결심하고 나니 문제는 이 소식을 주변에 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청첩장을 나눠주고,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그나저나 나 회사에서 짤렸어!"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혼란 속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나 스스로도 위로 말고, 축하가 받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과 예비 신랑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친척, 시댁 식구, 친구들 앞에서는 조용히 말을 삼켰다.

요즘 회사는 어떠냐는 말에 비죽비죽 무언가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늘 똑같다는 말로 대충 넘겼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결혼식은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다.

타지에서 오는 친척들의 교통편을 예약해야 했고, 슬롯자 대본도 써야 했다.

우울에 빠져들 시간 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가 도착했다.


그렇게 실직자가 아닌 전업 예비 신부로 살기 시작한 지 열흘쯤 되던 날,

회사 동료 A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헤이즐님 하하. 저도 짤렸습니다."


A는 같이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능력 있고 헌신적인 직원이었다.

이런 사람을 대체 왜?

몇 년 전부터 AI로 타령을 만들어 부르던 회사가 드디어 미쳐서 일단 인간을 전부 다 내보내기로 한 것 같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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