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날강도 프로젝트

Project Hijacking

byHazel



A는 내가 떠난 후 회사 상황을 말해주었다.


최근 무리한 투자로 현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회사는 AI로 대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직무를 전사적으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내가 해고된 다음 주, 그것도 토요일에 전 직원에게 공지 메일이 온 것이다.


처음에는 나의 개인적인 해고와 전사적인 개편 사이에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A가 무심코 해준 한마디가 꽤나 싸했다.


"헤이즐님 자리가 비었다고, 이번 한국팀 해고 대상자 모두에게 그 자리 면접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오호. 전사적인 대거 인력 감축이 있기 마침 일주일 전에 우연히 내 자리가 난 거구나.

회사 입장에서 아쉬운 인력 한 명이라도 세이브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네.


... 그럴 리가 있겠나. 그 치밀하고 치사한 회사가.


이번 인력 감축 대상자 중에는 나를 해고한 팀장이 아끼고 사랑해 마지않는 팀원 N이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의 눈물 나는 똥꼬쇼에 여러 번 놀랐었다.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도 그들은 늘 서로를 치켜세워주었고 심지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영혼의 단짝이었다.

그리고 이번 감축 대상자 리스트를 들어보니, 내 직무로 즉시 전환이 가능한 능력과 성향을 갖춘 사람은 N 한 명뿐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거나, 아니면 어쩌다 재수가 없어서 넘어진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를 타깃으로 설계된 판 위에서 놀아난 것이었다.


팀장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앞두고 N을 잃고 싶지 않았고,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감축 대상자가 아닌 사람 한 명을 먼저 치운 다음에 그 자리에 N을 서둘러 직무 전환 시키는 것이었다.


그게 나의 결혼식 한 달 전이든 뭐든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소울메이트를 지킬 수 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제가 하던 일이랑은 너무 달라서 저는 아마 면접을 봐도 안 될 것 같기는 하지만요."

A가 이미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왜 나는 결과를 듣지 않아도 이미 알 것 같을까.

면접은 절차상 그림을 만드는 것 일 뿐, 내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뻔히 보였다.


그리고 정확히 그렇게 되었다.

N은 인력 감축 대상자에 오른 후 몇 주만에 안정적으로 내 자리로 직무 전환 되었다.

팀장과 N의 환상적인 팀워크로 '날강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내가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너무 큰 충격으로 5kg가 빠지는 동안(다들 위고비냐, 마운자로냐 물어봤다)

눈물겨운 단짝은 기어이 서로를 지켜낸 것이다.


그렇게 내가 떠난 지 한 달도 채 안돼서 내 자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그것도 바로 옆자리에서!

이게 바로 우리 선조들이 말한, 눈 뜨고 코 베이는 그거구나.


상황파악이 끝나니, 배신감에 온 기압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작정하고 한 사람을 보내려는 그 속내를 알았다면 사직서에 그렇게 쉽게 사인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억만 톤의 못다 한 말을 누르고 팀장의 선택을 존중했다.

심지어는 이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될 남은 사람들을 걱정하기까지 했었다.


나의 성숙함이 사실은 나의 순진함이었던 것이다.

나의 믿음에 그들은 기만으로 답했다.

누군가를 배려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지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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