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남겨둔 시간 ①』

날과 상태의 기록 中

by가을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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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솔이의 생일이다.

원래대로라면 내일까지
아빠와 시간을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나왔다.
오늘 올라가겠다고..

감정이 흔들리면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

그 모습을 너무 오래 봐왔기에
나는 더 이상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가 솔이에게
이곳에 더 이상 오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나와의 관계는 오늘로 정리가 된다.

앞으로는 만나지 않고
철저히 남남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나와 그 사람의 관계가 끝나는 것과
솔이와 아빠의 관계는
또 다른 일이었다.

내가 그렇게 인내해 왔던 시간들....

엄마 아빠가 부부가 아니라는 말은
솔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꺼내려했다.
그때쯤이면 그나마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해서.

그 선택지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솔이에게 말했다.

"솔아, 엄마하고 아빠는 부부가 아니야."
더 이상 부부로 살 수 없어 헤어졌고,
아빠에게는 아빠의 삶이 있고
엄마에게는 엄마의 삶이 있다고.

이곳은 엄마의 집이고
서울에는 아빠의 집이 있다고.

앞으로 아빠가 이 집에 와
지금처럼 함께 자고 일어나며 지내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도 아빠가 보고 싶다면
엄마에게 말해도 된다고 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서울 가고 싶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엄마가 그때의 상황을 보고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엄마와 아빠가 부부가 아닌 것과
엄마와 아빠가 솔이를 사랑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말해도 된다고.
참지 않아도 된다고.

솔이는 듣고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놀이로 돌아갔다.

고양이에게 말을 시키고,
아빠를 안아주고 싶다고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지금 당장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을 나왔다.
갑자기 가겠다는 사람을 붙잡아
내일까지 있으라고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계속 마음이 걸렸다.

내일모레면 생일인 아이.

그리고 앞으로는
이 집에서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다면 오늘이
솔이에게는 이 집에서
아빠와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공부가방을 챙겨 나왔다.
아침엔 언니네로 갔다가
다시 이곳에 와서 앉아 있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5시 차를 예약했으니
4시에는 나가야 한다고.
그전에 오라고.

원래 내일까지였던 시간이
오늘 몇 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눈이 자꾸 감긴다.

그런데 마음은 쉬지 않는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굳이 이런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솔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지.

이것마저
내가 혼자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더 밖에 있어야 하나.
이제는 들어가야 하나.

언니에게도 물었다.
내 집에서
솔이와 아빠가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이 너무 과한 건지.
언니는 말했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
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잘못된 방법은 있을 수 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확정하거나 결정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아직 모르겠다.

오늘 내가 한 선택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다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내 방식대로 찾아보고 있을 뿐이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알아주기를 바란 적도 없다.

다만 내가 왜 이렇게 자리를 비우고 있는지,
오늘이 솔이에게
어떤 날일 수 있는지,
그 정도는 조금 눈치챘으면 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시간만큼은
솔이에게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했다.

나는 앞으로
그 사람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솔이는 다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나와 그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보다
솔이와 아빠 사이에 남아 있는 시간을
먼저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둘을 집에 남겨두고
나는 이곳에 와 있다.

눈은 자꾸 감기는데,

아직 마음은
집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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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려하게 꾸민 말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꺼내놓는 글을 씁니다. 상처와 무너짐을 숨기지 않고 기록하며, 아이와 함께 다시 살아가는 길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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