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병원에도 일상이 있었다.
병원 생활에서 가장 지루한 시간은
어쩌면
점심 이후일지도 모른다.
약을 먹고,
밥을 먹고,
면담이 끝나면
잠깐의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이 길어지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가끔
병원 앞 정자로 산바카라을 나갔다.
그날도 평소처럼
정자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살짝 불었고,
햇빛은 적당했고,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옆 벤치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한 분과
50대쯤 되어 보이는 남성분이었다.
처음엔 흘려들었다.
그런데 점점 대화가 선명해졌다.
“나이 먹고 성한 데가 하나 없어.”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서러움이 섞여 있었다.
“자꾸 뭘 넣으래. 바꾸래. 수술하래.
돈 벌려고 그러는 거 아냐?”
그 말에는
의심보다도 피로가 더 묻어 있었다.
옆에 있던 남성분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원래 나이 들면 그래요.”
그리고 덧붙였다.
“이제 외제로 바꿀 때 된 거죠.
MADE IN KOREA로
오래 쓰긴 했잖아요.”
나는 그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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