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돌려놓는 일
앞 글에서 우리는, 아이를 위하는 줄 알았던 마음이 사실은 아이를 통해 자기를 사는 마음이었음을 보았다. 그런데 한 겹이 더 있다.
아이와 자기 사이의 금이, 어느새 지워졌다는 것이다. 아이의 기쁨이 곧 자기 기쁨이고 아이의 실패가 곧 자기 실패라면, 둘은 한 몸이다. 한 몸이 된 사이에서는, 아이가 자기 길을 가겠다는 말이 배신처럼 들린다.
그래서 그 여자는 아이가 자라는 것이 두렵다. 아이가 떠나는 날 거울은 걸어 나가고, 텅 빈자리만 남으니까. 그 여자가 정말 두려운 것은 저 문이 오늘 밤 안 열리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저 아이가 다 자라 문을 열고 걸어 나가,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붙든다. 학원으로, 잔소리로, 끝나지 않는 싸움으로.
헌신처럼 보이던 것이, 사실은 붙듦이었다.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여자의 뒤를 본다. 그 여자도 한때 자기 이름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다른 이름을 주었다. 누구 엄마. 그리고 그 이름에 값을 매겼다. 좋은 엄마란 아이에게 다 바치는 엄마라고, 아이의 성적표가 곧 그 엄마의 성적표라고.
학원가의 불빛은 한 가지를 먹고 자란다. 내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그 불안이 클수록 시장은 커지니, 시장은 불안이 가라앉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 여자가 잠 못 이루는 밤마다, 누군가는 돈을 번다.
그러니 그 여자를 탓하기 전에 물어야 한다. 그 여자의 빈자리는 그 여자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세상이 그 자리를 비워 두고, 가장 가까운 것을 붙들라고 떠밀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이가, 그 빈자리를 떠안았다.
그러니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아이의 점수에 당신의 하루가 흔들린 적이 있다 해도, 당신을 탓하지 말기를. 당신이 아이에게 매달린 것은 당신 안에 빈 데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빈 데는 당신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당신은 나쁜 부모가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한 아이에게 걸었을 뿐이다. 이제 그 무거운 거울을, 아이에게서 조금 거두어도 된다.
잘 키운다는 것은 곁에 오래 두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삶으로 걸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