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수상한 여론 전쟁

시끄러운 소수와 조용한 다수

by조하나






같은 영화, 서로 다른 시선



극장의 불이 꺼지면 세상의 소리가 멎는다. 영화에 관한 평점도, 댓글도, 기사 제목도 그 어둠 안으로는 따라 들어오지 못한다.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생각은 이미 다른 글에 썼다.





이 글은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영화에 두 개의 점수가 붙은 최근 2주 동안 '여론'이라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뒤집혔는지를 순서대로 짚는 글이다. 그 2주 동안 누구의 목소리가 여론처럼 보였는가.



9월 23일,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했다. 영화는 1974년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저격 사건의 의문을 쫓는 추적극이다. 개봉 직후 극과 극의 점수가 붙었다. 관람 인증 없이 누구나 남길 수 있는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2점대였고, 극장 앱의 평점과 표를 사서 본 사람들이 남기는 실관람 평점은 8점대였다. 같은 영화에 같은 포털이었다.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네티즌 평점에는 영화를 보지 않고 최저점을 주는 별점 테러가 섞여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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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에 따르면'



개봉 나흘째. 9월 26일 <인사이트>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판'을 근거로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가 논란이라는 기사를 냈고, 이후 며칠 사이 여러 매체들이 이 논란이 다른 리뷰어들에게도 번졌다는 기사를 이어 냈다. 소위 '온라인 여론'이라 불리는 댓글이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 보도 다음 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페이스북에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제작진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영화를 '북한 선전 영화를 리메이크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했다. 구자근, 강명구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정정을 요구했고, 유영하 의원은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한 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29일에는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이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국민의힘은 상영 중단과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을 주장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전선이 열렸다. 탈북민 유튜버 한송이가 영화가 북한 선전 영화 《민족과 운명》과 흡사하다고 주장했고, 바로 다음 날 또 다른 탈북민 유튜버 이철은의 채널에서도 거의 같은 비교가 나왔다. 이철은 영상은 흥미로운 디테일이 있다. 영상에서 "민족과 운명 아니야?"라고 먼저 말을 꺼낸 건 이철은 본인이 아니라 아내 한유미였다. 이철은은 그냥 "북한 영화 같았다"고만 했는데, 아내가 구체적인 제목을 짚어준 거다. 그러나 북한 영화를 볼 수 없는 나로서는 이게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허진호 감독 역시 "그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연관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전혀 접근이 불가한 북한 선전 영화와 이 영화가 닮았다는 탈북민 두 명의 발언이 나온 무렵, 내 유튜브 채널의 영화 관련 영상에도 같은 비교를 꺼내는 댓글이 몰리기 시작했다. 2026년의 AI 세계 3대 강국 대한민국이 1950년대 '반공'으로 사람들을 숙청하던 미국 매카시즘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여론'처럼 보인 것은 사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쓴, 특정 성향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몇 개와 그것이 마치 다수의 여론인 양 쓴 기사, 국민의힘 의원들의 글과 고발장이었다. 그 사이 극장에서는 개봉 닷새 만에 156만 명이 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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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의 확성기



<한국일보>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진보 성향 세 곳과 보수 성향 세 곳, 총 여섯 개 정치 유튜브 채널의 생방송 채팅에 참여한 33만 8,562명의 글 1,408만 8,417건을 분석했다. 참여자의 1.63%인 5,502명이 전체 채팅의 절반을 썼다. 한 사람이 많게는 5만 5,068건(하루 227건, 보수 채널 1위), 2만 3,228건(하루 96건, 진보 채널 1위)을 올렸다.



한 사람이 여덟 달 동안 채팅창에 하루 평균 96건의 글을 쓴 셈이다. 깨어 있는 시간을 16시간으로 치면 10분마다 한 번씩 글을 올린 속도다. 다른 한 사람은 하루 227건, 4분마다 한 번이었다. 사람이 맞는지 의심부터 하게 되는 숫자인데, <한국일보>가 분석한 '정치 유튜브 채널 채팅 데이터'에 실제로 찍힌 숫자다.



채팅창에서 가장 많이 오간 이야기는 진보 채널에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노선 다툼(18%), 보수 채널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14%)이었고, 경제는 4%, 물가와 일자리는 1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1.63퍼센트. 기사는 이 5,502명이 열성 팬인지, 여러 계정을 돌려 쓰는 사람인지, 자동화된 계정인지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확실한 건 하나. 채팅창에 쏟아진 천만 개가 넘는 문장을 한 줄로 세우면 그 절반은 사람 수로 따졌을 때 60명 중 한 명이 쓴 것이다.



이 숫자에는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1.63퍼센트는 '정치 유튜브 채팅창을 보는 사람들 중' 1.63퍼센트다. 채팅창을 보러 들어온 사람 자체가 이미 전체 국민의 극히 일부이고, 굳이 실시간으로 채팅을 켜고 글을 남길 만큼 정치에 몰입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이 채팅창에 쌓인 소리는 대한민국 전체의 생각이 아니라, 그 방송을 찾아온 특정 집단 안에서 다시 한 번 걸러진 소리다.



그리고 이 쏠림은 한쪽 진영의 일이 아니었다. 진보 채널에서도 보수 채널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왔다. 같은 분석에서 진보 채널 채팅창은 3월 9일 하루, 집권 1년이 채 안 된 대통령을 '배신자'(1,698건)라 부르는 글로 도배되었고 '탄핵하라'(306건)는 요구가 줄을 이었으며 '처단하자'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어느 편의 확성기든 확성기인 건 똑같다는 말이다.



이 구조는 한국만의 것도 아니다. 가짜 뉴스는 전체 뉴스 소비의 6퍼센트 정도였지만, 소비가 극소수에게 쏠려 있었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위터를 분석한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이용자의 1퍼센트가 가짜 뉴스 노출량의 80퍼센트를 차지했고, 이용자의 0.1퍼센트가 가짜 뉴스를 퍼나른 양의 80퍼센트 가까이를 만들어냈다.



시장 한복판에서 확성기를 든 사람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고 해보자. 그 소리가 시장 전체의 소리일까.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그 옆을 지나가며 제각각 제 볼일을 본다. 확성기가 크다고 시장 전체가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양동이를 뒤집어 쓴 사람들



영화 《암살자(들)》 개봉 직후, 수천 개의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던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 영상은 비공개로 돌려졌고, 영화 유튜버 지무비의 영상은 내려졌다. 여러 언론 매체들은 이 영화에 호평을 남긴 평론가와 영화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 항의성 댓글과 별점 테러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댓글창을 닫는 경우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댓글창 앞에서 움츠러드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나도 안다.



12.3 내란 직후였다. 브라질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세력의 득세를 다룬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다룬 영상을 채널에 올렸다. 그 영상 아래로 '12.3은 내란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분 단위로 수십 개씩 쌓이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좌표가 찍힌 것이다.



순간 겁이 났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온다는 느낌 자체가 사람을 움츠러들게 했다. 다음 콘텐츠를 만들 때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되었다. 악성 댓글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한국 채널 콘텐츠를 만드는 걸 한동안 쉬고 영어 채널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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