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의 카톡은 며칠 만에 부쩍 잦아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뭐 하냐고 물었고, 밥은 먹었냐고 물었고,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왜 답이 없냐고 다시 물었다. 무대 위에서 죽을 것처럼 노래하던 사람이 문자 안에서는 이렇게까지 조바심을 내는 게 낯설었다. 도현은 왜 그렇게 내가 궁금해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물었다. 이미지 관리하는 애들, 잘난 척부터 배우는 애들을 취재하며 많이 봐온 나로서는 이렇게 꾸밈없이 구는 사람이 낯설었다. 누군가 이렇게까지 내 하루를 궁금해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잘 기억이 안 났다. 그런 관심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싫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낯설었다.
화요일 저녁에도 도현과 카톡을 주고받고 있었다. 저녁 먹었냐는 물음에 답을 치는 중에 화면 위로 전화 알림이 겹쳐 떴다. 엄마였다. 쓰던 문장을 마저 끝내고 나서야 거절 버튼을 눌렀다. 오 분 뒤, 도현과의 대화창 위로 다른 알림이 떴다. 카톡이었다. 전화를 왜 안 받니. 도현한테 답장을 먼저 보내고 엄마 창으로 넘어가 회의 중이었다고 썼다. 거짓말이었다. 엄마는 더 캐묻지 않고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엄마 친구 미경 이모 딸이 다음 달에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돌렸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전해줘, 라고 썼다. 그러는 사이 도현한테서 답장이 왔고, 나는 그쪽으로 먼저 넘어가 대화를 이어갔다. 다시 엄마 창을 열자 한 줄이 더 와 있었다. 요새 남의 집 잔치에 축의금만 내러 다니는 것도 지친다. 나를 향한 말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헷갈렸다. 엄마는 원래 그런 식이었다. 대놓고 물은 적이 없었다. 옆에서 다른 사람 얘기를 하다가 나한테 그 말이 얹히게 두는 식이었다. 두 대화창을 번갈아 오가며 답을 쳤다. 한쪽은 가볍고 빨랐고, 한쪽은 무겁고 느렸다.
엄마는 나를 다그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가끔 지나가듯 이런 말을 했다. 지 아빠랑 똑같아… 웃는 것도, 말대꾸하는 것도, 심지어 화내는 방식까지 아빠를 닮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늘 말끝은 흐렸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알았다. 엄마의 화법을 알아채기 위해 눈치껏 살아남기 위해 나는 저절로 예민한 아이가 되었다. 엄마는 아빠와 살면서 쌓인 걸 나한테 그런 식으로 풀었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특별히 서운한 게 없었다. 애초에 기대한 게 없었으니까. 엄마의 사랑이라는 게 어떤 모양인지 나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결혼 얘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을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한 번도 대놓고 그만두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럴 형편도, 그럴 자격도 없다는 걸 엄마 스스로 제일 잘 알았다. 대신 다른 얘기를 하다가 슬쩍 얹었다. 옆집 누구는 벌써 대리를 달았다더라,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더라. 그러면 나는, 나름 잘 가고 있다고 믿던 길에서 순간 휘청했다. 엄마가 이 길이 아니라고 한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꼭 그렇게 말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마. 아빠 흉을 볼 때마다, 시집살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 말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서른이 넘고 나니 그 말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하는 잔치 얘기와 청첩장 얘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나는 그 모순이 우스웠다. 결혼하지 말라던 사람이 결혼 안 한 딸을 못마땅해하는 것. 엄마도 결국 여자인 건가.
엄마는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혼자 편한 것도 한때다. 나이 들면 다 그때 왜 그러고 살았나 싶어진대. 나는 그 문장에 뭐라고 답할지 몰라서 그냥 뒀다. 어떤 말은 그저 우주에 떠다니게 두는 게 낫다. 나를 향하는 모든 말에 일일이 답할 필요 없다. 옆에 누가 있으면 낫다는 말, 이런 식의 말은 스무 살 때부터 들었다. 취업할 때도, 이직할 때도, 명절마다도 들었다. 그때마다 속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런데 창을 닫고 도현과의 대화창을 다시 열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도현을 만난 지 며칠째인지 세고 있었다. 이 주하고도 사흘. 그걸 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엄마 말이 맞아서가 아니었다. 그 말이 내 안 어딘가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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