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안녕은 없는 걸로 해요

by조하나



밥 한번 먹자는 말을 다시 꺼낸 건 도현이었다. 트위터 DM으로 다음 주에 진짜 밥 한번 먹어요, 했다. 나는 진짜로 먹을 거예요,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이에요, 라고 되물었다. 그렇게 답장을 보내놓고 이십 분을 후회했다. 유치했다.



도현은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어디가 좋으냐고만 물었다. 장소를 고르면서 나는 지갑 사정부터 셈했다. 취재원과 밥을 먹을 땐 법인카드를 썼다. 그게 원칙이었다. 이번엔 인터뷰가 아니라서 영수증에 뭐라고 적어야 할지 애매했다. 후속 취재라고 적어도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어차피 다음 기사도 체르팔을 다룰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렇게 정당화를 끝내고 나자, 오히려 평소라면 내 돈으로는 못 갈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왕 애매한 짓을 하는 거라면 제대로 하자는 심산이었다. 나는 인터뷰 자리에서는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홍대 골목의 조금 근사하고 비싼 파스타집을 하나 골랐다.



장소를 정하고 나서도 시간을 정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도현은 평일 저녁마다 밴드 합주가 있다고 했고, 나는 마감 주간이라고 했다.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취재 약속 잡을 때와 똑같은 절차라는 걸 깨닫고 조금 웃었다. 다른 건 아무도 취재 목적을 묻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결국 도현이 목요일 일곱 시가 어떠냐고 물었고, 나는 좋다고 답한 뒤에 옷장 앞에서 삼십 분을 낭비했다.



약속 시간은 저녁 일곱 시. 나는 여섯 시 오십오 분에 도착했는데 도현이 먼저 와 있었다. 가게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테이블마다 작은 초가 켜져 있었고 메뉴판엔 사진 없이 글씨만 빼곡했다. 도현은 구석 자리에 앉아 그냥 벽만 보고 있었다. 인터뷰 자리에서 봤던 얼굴과는 조금 달랐다. 어깨가 조금 굽어 있었다. 방어할 게 없는 얼굴은 그렇게 생긴 거구나 싶었다. 나는 그게 낯설어서 잠깐 문 앞에 서 있었다.



앉으면서 나는 녹음기 얘기를 하려다 말았다. 습관이었다. 가방 안에 진짜로 녹음기가 있었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도현도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메뉴판만 들여다봤다. 국밥집이었다면 옆 테이블 소음이 이 침묵을 가려줬을 것이다. 여기는 조용해서 숨을 데가 없었다. 인터뷰였다면 이 침묵도 기삿거리였을 것이다. 상대가 말을 아끼는 순간을 나는 늘 눈여겨봤다. 지금은 그냥 침묵이었고, 나는 그걸 분석하지 않으려고 애써 딴 데를 봤다. 은은한 조명과 하얀 식탁보를 눈에 담으면서 나는 이 자리에 취재수첩이 없다는 사실을 자꾸 확인했다. 손이 허전했다. 뭔가를 기록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는 게 이렇게 낯선 일이었나 싶었다.



메뉴판에 적힌 이름들을 도현이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거 뭐예요, 라고 물었다. 뇨끼였다. 나는 감자로 만든 파스타 같은 거라고 설명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랑 같은 걸 시켰다. 자기가 뭘 시킬지 정하기보다 남이 시킨 걸 따라가는 편이 안전해 보였다. 그런 도현을 보면서 나는 괜히 여기를 고른 걸 후회했다. 이럴 거면 그냥 국밥집으로 갈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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