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라는 말은 지금 민주당 안에서 두 개의 다른 언어로 갈라져 있다.
하나는 유튜브에서 만들어지는 '개혁'이다. 김어준과 최욱의 방송에 나가 말을 쏟아내는 것으로 완성되는 개혁, 유시민이라는 해석의 권력이 정청래, 조국 같은 친문 세력의 언어를 대중에게 번역해주는 개혁이다. 노무현과 조국을 통해 검찰 권력에 탄압 받은 피해자 서사를 불러오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불가역적 당론이라 부르며, 그 서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언어다. 이 개혁은 스튜디오 안에서 완성되고, 조회수와 댓글 수로 성과를 증명한다. 이들이 정치적, 법적으로 지는 바카라임은 전무하다.
다른 하나는 서민의 일상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개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실제로 추진하는 개혁, 이미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통과시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성범죄나 아동, 노인 같은 슬롯적 약자 사건에는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해온 개혁이다. 이 개혁은 조회수로 증명되지 않는다. 10월 2일 공소청과 중수청이 실제로 문을 여는 순간, 법정에서, 경찰서에서 증명된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바카라임을 진다.
같은 정당, 같은 단어, 그러나 전혀 다른 두 개의 개혁이 지금 나란히 존재한다. 이 간극이야말로 지금 한국 정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균열이다.
이미지와 선동의 정치
정부는 이미 검찰개혁의 뼈대를 세웠다.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10월 2일이면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두 기관이 각자의 자리에서 출범한다. 검사의 직접수사권도, 영장집행 지휘권도 이미 법전에서 지워졌다. 그런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검사가 미진한 부분을 다시 살피는 보완수사권, 그 마지막 조각까지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고 정청래 전 대표는 이를 불가역적 당론이라 불렀다.
여기서 서민의 검찰개혁과 정치인의 검찰개혁은 서로 다른 말이다. 무당층 서민인 나에게 검찰개혁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범죄 피해자가 되었을 때 억울하지 않게, 효율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 그게 경찰이든 검찰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힘 있는 자가 가해자가 되었을 때 권력을 이용해 빠져나가지 않는 것. 정치인과 권력자가 검찰에 탄압받았다는 서사와 서민 자신의 입장을 분리해서 보는 시민들이 이미 많다.
그런데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보완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겨두면 검찰이 결국 다시 직접수사 구조로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찰개혁은 국가기관 하나를 개편하는 문제가 아니라 권력기관을 해체하고 민주적으로 재편하는 문제라고도 했다. 언뜻 들으면 시원하고 통괘하다. 그런데 논리가 이상하다. 검찰과 경찰, 모두 국가기관이자 권력기관인데 검찰은 절대악, 경찰은 절대선이다.
노무현을 죽인 검찰을 살려두면 안 된다고 한다. 조국의 가족을 난도질한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검찰의 수사권을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그대로 다 경찰로 옮기는 게 진정 해결바카라인가. 이명박이 지금 다시 나타난다면, 그때는 검찰 대신 경찰을 이용해 제2의 노무현을 만들면 그만이다. 민주당은 지금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기들 사적 복수와 살풀이 같은 그 위험한 짓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보완수사권이 실제로 걸려 있는 사건들은 성범죄와 강력범죄,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처럼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이 곧바로 피해자의 억울함으로 이어지는 자리다. 정치인이 벼르는 권력의 재편과 서민이 겪는 하루하루의 억울함, 이 둘은 같은 단어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층위에 산다.
그 간극이 이제 숫자로도 드러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여론은 61퍼센트, 완전 폐지는 23퍼센트에 그쳤다. 놀라운 건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도 유지가 46퍼센트로 폐지 39퍼센트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이 사안을 오염된 주제라 부르며 예외적 보완수사권은 남겨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도 정청래 세력은 마이웨이를 걸었다. 대통령과 지지층의 절반이 신중하자고 말하는 사안을, 왜 당대표는 불가역적이라 부르며 밀어붙이는가. 답은 정바카라의 완성도가 아니라 8월 17일 전당대회에 있다. 강성 권리당원의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는 조국과 노무현의 서사만큼 강력한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반복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2년, '검수완박'을 외치며 만들어진 공수처는 소규모로 출범해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반성이 지금 중수청을 대규모로 설계하는 근거로 다시 인용되고 있다. 같은 얼굴들이 같은 논리로 두 번째 무대에 다시 섰다. 이건 반성이 아니라 민주당의 고질적인 무능과 독단의 반복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