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는 손모가지라도 건다

유시민은 무엇을 걸 텐가

by조하나

다가오는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사라진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 동안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뼈대였던 이름이 역사에서 지워지고, 그 자리에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 들어선다.

이재명 정부 취임 이후 1년여 동안 검찰개혁의 핵심 골격, 즉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작업 자체가 진행되어 왔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와 있다. 지난 3월 20일과 21일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수청법 표결은 재석 167명 중 찬성 166명이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물리적으로 갈라놓는 이 작업은 노무현이 꿈꾸고, 문재인이 시도하다 완성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껏 어느 정부도 이만큼의 검찰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취임 1년여 만에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어제, 7월 1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또 출연한 유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검찰개혁이 1년 넘도록 안 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수사 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한 사실을, 유시민은 모두 지워버렸다.








이채원이라는 이름

2026년 5월 5일 어린이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스물세 살 장윤기가 열일곱 살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고생 고 군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몸을 던져 흉기를 막다가 목과 손에 상해를 입었다. 이채원 양은 치료 중 숨을 거뒀다. 스터디카페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걸어서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어 했고, 사후에 명예소방관으로 위촉됐다.

5월 14일, 경찰은 이 사건을 뚜렷한 동기가 없는 단순살인으로 구속 송치했다. 5월 29일에야 성폭력처벌법 위반과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추가로 송치됐고, 6월 2일 광주지검이 강간등살인으로 죄명을 바꿔 구속기소했다. 그 사이 광주지검의 보완수사가 사건의 얼굴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 죄명 하나의 차이가 재판의 성격을 통째로 갈랐다. 살인죄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 폭넓게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등살인죄는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이 두 가지 말고는 법이 허락하는 선택지가 없다. 유기징역이라는 문 자체가 닫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참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 간부, 경감이었다. 초동 수사를 맡은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아들을 구속하면서 아버지에게 아들 원룸의 비밀번호를 넘겼다. 아버지는 그 방에 들어가 아들의 DNA가 묻은 리얼돌을 훼손해 폐기했고, 과거에 쓰던 휴대전화들을 소각했다. 수사팀은 차량 압수수색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준비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고 방치했고, 트렁크에 숨겨진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찾지 못했으며, 피해자의 혈흔이 남은 차량을 아버지에게 돌려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회신받은 리얼돌 DNA 감식 보고서는 실무자 실수라는 이유로 송치 기록에서 누락됐다. 수사팀장 박 경감은 증거인멸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긴급체포된 뒤 구속됐다. 삭제된 그 영상은 나중에 복원됐다. 사라졌던 케이블타이는 검찰이 아버지의 집에서 찾아냈다.

아버지가 지우려 한 건 증거가 아니라 그 격차였다. 무기징역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는 세계와, 유기징역이 가능한 세계 사이의 격차.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장윤기는 훨씬 가벼운 혐의로만 재판을 받았을 것이고, 경찰의 증거 인멸도 영영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족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단 한 번도 부모에게 화낸 적 없던 열일곱 이채원으로 기억해 달라고.

그리고 아무리 찾아봐도 이채원이라는 이름은, 어제 유시민의 그 문장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 견제 장치를 왜 남겨야 하는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서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나누자는 큰 방향은 정공법이다. 누가 어떤 자리에 앉든 구조적으로 권력이 한곳에 몰리지 않게 설계를 고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방향에 찬성한다. 그런데 검사에게 남는 모든 형태의 보완수사 권한까지 없애자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건 권력의 집중을 푸는 일이 아니라, 집중의 장소를 검찰에서 경찰로 옮기는 일이다.

윤석열과 한동훈 라인의 검사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그 권력을 정치적으로 휘둘렀다. 이 나라가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얻은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그 교훈의 내용은 '검사가 나쁘다'가 아니라 '한 기관이 다 쥐면 위험하다'였다. 교훈을 앞의 문장으로 읽으면 검찰에서 권한을 다 빼앗는 것으로 끝난다. 뒤의 문장으로 읽으면 옮겨 간 권한도 견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윤기 사건이 그 차이를 실물로 보여줬다. 이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부실 수사, 증거 인멸, 현직 경찰 간부인 아버지의 개입, 그리고 그것을 알고도 열어 준 문. 경찰청은 사건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고,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은 지난 11일 광주경찰청장실과 광산경찰서장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강간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가 적용된 배경에 윗선의 입김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다. 한 기관에 권한이 몰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번엔 경찰이 보여줬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엔 경찰의 수사권을 없애자고 말할 건가? 경찰은 수사기관이고, 수사기관에 수사권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대칭은 '경찰 수사권 폐지'가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한 교차 점검 장치'다. 법사위 소속 김남희 의원의 말이 정확했다. 하나의 수사기관에 모든 권한을 집중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지금 논의는 그 위험을 줄이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옮기고 있다.

민주당이 전면 폐지로 추진하던 검찰의 보완수사권 논의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하더라도 억울한 1퍼센트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협도, 참여연대 같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도, 법원행정처도 같은 우려를 냈다.

지난 13일에는 민주당 김남희, 김동아 의원과 진보당 손솔 의원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 여섯 곳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반드시 여성폭력 전건송치.' 당대표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은 일단 폐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자는 것은 집권 여당의 자세가 아니라고 했다. 이소영 의원은 공판중심주의에 역행하는 것이 왜 개혁이라 불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니 지금 이 싸움을 친문과 친명의 대결로 그리는 건 편리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진짜 균열선은 계파가 아니라 두 개의 다른 태도, 순도를 지키려는 태도와 결과를 바카라임지려는 태도 사이에 있다.

유시민은 이재명 정부의 신중론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매불쇼》에서, 대통령이 원치 않는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미디어 공론장에서 보완수사권이란 이름으로 검찰에 수사권을 남기는 걸 본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에 적은 그 모든 목소리가, 열일곱 살의 죽음 앞에서 나온 그 경각심이, 대통령의 숨은 의중을 미리 헤아려 움직이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만들어 낸 여론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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