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보는 길티 플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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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글로벌 1위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톱10의 1위는 《김부장》이었다. 시청수 1050만. 한국과 싱가포르, 태국, 페루를 포함한 11개국에서 1위, 79개국에서 톱10. 2위는 《참교육》. 5위는 《맨 끝줄 소년》. 7위는 연상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가스인간》. 열 칸 중 네 칸이 한국 작품이었다.
나는 그 순위표를 한참 들여다봤다. 처음엔 자랑스러웠다. 그다음엔 좀 찜찜해졌다. 1위와 2위 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작품이, 하필이면 원작 웹툰의 혐오 논란을 나란히 달고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흐린 눈을 하고 《김부장》을 봤다.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소지섭의 액션은 시원하고, 딸을 찾는 아버지의 마음은 절절하고, 중간중간 웃음도 터진다. 그러다 문득 화면 뒤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오래된 냄새였다. 1980년대 국민학교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맡았던 냄새.
세 번은 우연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했던 《참교육》의 원작 웹툰에는 실제로 문제가 있었다. 125화에서 흑인 비하 단어가 쓰였고, 페미니스트 교사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으며, 체벌을 정당화하는 세계관이 설정의 뼈대였다. 북미판 연재는 중단됐고 국내판도 해당 화를 삭제한 채 장기 휴재에 들어갔다. 작가 측은 공식 영문 입장문에서 대체로 동질적인 슬롯에서 자라 인종차별 문제를 잘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넷플릭스판을 만든 홍종찬 감독과 이남규 작가는 그 설정들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나는 원작을 읽지 않은 채 드라마만 보고 리뷰를 썼다. 세탁이 끝난 버전만 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 시청자 대부분이 정확히 나와 같은 자리에서 이 작품을 만난다.
《김부장》 쪽은 다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텍스트가 아니라 사람이다. 원작 웹툰의 제작을 총괄한 박태준.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원작 제작사이고, 《김부장》은 그가 만든 박태준 유니버스의 다섯 번째 작품이며, 그는 드라마의 제작 총괄이기도 하다.
그의 이력을 시계열로 늘어놓아 본다. 2015년, 《외모지상주의》의 조직폭력배 식사 장면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을 희화화했다는 의혹.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고인의 사진으로 그런 짓을 할 위인도 아니고 용기도 없다고 부인했다. 2021년, 《욕망일기》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알려진 웃음소리를 사용했다는 지적. 표현은 슬그머니 수정됐다. 2024년 12월, 《외모지상주의》 533화에서 스톱워치가 가리키는 5분 23초와 간판에 적힌 락 오울링. 5월 23일과 부엉이 바위. 그는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한 지인의 사진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해명했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떼어 놓으면 반박이 가능하다. 숫자는 그냥 숫자일 수 있고 간판은 그냥 간판일 수 있다. 확정적 증거는 지금도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정직하게 적어 둔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점, 서로 다른 작품에서 같은 코드가 세 번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연이라는 방어는 세 번째부터 힘을 잃는다.
그리고 저 세 번의 논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연재는 계속됐고, 회사는 스튜디오 체제로 커졌고, 웹툰은 100억 회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쌓았고, 마침내 그의 세계관이 실사화 되어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 타임라인이 그리는 건 처벌의 부재가 아니다. 보상의 누적이다.
세련된 화면을 입은 반공 사상
《김부장》의 주인공은 남파공작원 출신이다. 국군에 생포되어 전향한 뒤,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북으로 들어가 남북 회담을 방해하는 북한 고위 간부를 암살한다. 원작에서는 그 임무가 김정일 암살 미수였다. 등장인물 목록에는 북한 측 인물이 따로 한 항목을 차지하고, 남파 공작원 소년들이라는 이름의 무리가 있고, 국가안보를 유일한 신념으로 삼는 특임국 국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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