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파는 사람들

검찰개혁 이대로 가면 민주당 정권 재창출 실패한다

by조하나



죽음에 이름이 붙기까지



경찰은 그 사건을 '살인'이라고 불렀다.



보완수사권은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보완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이다. 지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소수정당인 조국혁신당은 이 권한을 완전히 없애려 한다.



광주의 한 여고생이 귀갓길에 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붙들려 살해당했다. 장윤기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고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은 결국 '단순 살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검찰에 넘겼다.



이름 하나가 바뀐 것은 그다음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여성을 물색하다 그 소녀를 골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마침내 혐의는 '강간 등 살인'으로 바뀌었다. 죽은 소녀의 마지막 시간에 비로소 정확한 이름이 붙었다.



대한민국 형법 제250조의 단순 살인죄는 최저 5년 징역부터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최종 적용한 성폭력범죄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죄(제9조 제1항)는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단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채원이를 지키지 못한 슬롯가 그의 죽음에 올바른 이름을 다는 데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두 번의 수사가 필요했다. 가해자 장윤기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이었다. 그가 아들의 증거를 없앴다는 정황이 나왔고, 초동수사를 맡았던 경찰서의 수사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장윤기의 차량 안에 있던 케이블타이는 애초 납치와 강간의 증거였지만 초기 수사에서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채 사라졌고, 그 사실은 뒤늦게 드러났다. 사건은 5월 5일에 발생했다. 그런데 그 케이블타이가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7월 1일이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아니라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서였다. 또 다른 증거인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역시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살해된 소녀의 유족은 그 사실을 스스로 밝혀낼 수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의심할 권한도, 그것을 뒤집을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 즉 경찰이 한 소녀의 죽음을 축소할 뻔했다. 다른 국가기관, 즉 검찰이 그것을 막아섰다. 그 막아선 힘의 이름이 '보완수사권'이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그 힘을 통째로 들어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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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 없는 2차 가해



7월 9일, 김어준은 자신의 방송에서 이 사건의 보도량을 문제 삼았다. 1년에 여러 건 있을 법한 유형의 사건인데 최근 일주일 사이 거의 모든 언론이 톱기사로 다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도의 결론이 하나같이 경찰의 잘못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으로 향한다는 점을 짚고, 그런 "의도"가 보이지 않느냐고 게스트들에게 물었다. 함께 나온 경찰 출신 변호사이자 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 이지은, 김용민, 박은정 의원과 주진우 기자도 이 결론에 힘을 보탰다. 검찰과 정부가 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검찰개혁 형사개정 법안이 통과될까 봐 발등에 불이 떨어져 언론 라인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그들의 대화는 흘러갔다.



그들은 경찰 유착도 인정했고 증거인멸도 인정했다. 다만 그것이 이렇게까지 보도될 일이냐고 물었다. 문장의 구조를 보라. 사실은 부정당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갖는 무게만 조용히 지워진다. 소녀의 죽음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정치적 유불리가 이 대화의 주어가 된다.



살해당한 소녀의 유족이 그 방송을 봤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딸의 죽음이 제대로 된 이름을 되찾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의 부패가, 누군가의 입에 의해 '의도된 작전'으로 다시 정리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재판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그 소녀의 집의 시간은 여전히 몇 달 전 어느 밤에 멈춰 있다. 그 앞에서 보도량을 세는 일. 나는 이것을 2차 가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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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뻔뻔한 이들의 변명



같은 장면이 다른 얼굴로 한 번 더 반복된다. 최강욱 전 의원은 같은 주 최욱의 유튜브 <매불쇼>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의 대안을 질문받았다. 그는 자신이 검사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답했다. 수사관 교체 요구권도 있으니 공표하면 경찰이 뭉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대한민국 형법은 피의사실공표를 범죄로 규정한다.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수사기관이 언론에 흘리는 행위, 그래서 한 사람을 재판 전에 여론의 법정에 세우는 행위를 금지한다. 무죄추정 원칙이라는, 근대 형사법이 수백 년에 걸쳐 세운 벽이다. 견제 장치를 없앤 자리를 또 다른 위법으로 메우겠다는 발상. 그 발상이 '검찰개혁'이라는 거룩하고 숭고한 이름으로 방송을 탔다.



검찰개혁을 가장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당사자가, 정작 그 폐지의 대안을 묻는 질문 앞에서는 범죄 하나를 내놓았다. 이것이 지금 이 세력이 가진 대안의 실체다. 김용민, 박은정 두 의원이 지난달 공동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인권보호관'이라는 기구를 신설한다. 이 기구는 수사기관에 수사 방식 변경이나 수사관 교체를 권고할 수 있다.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이 따르지 않을 때 제재할 법적 수단은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가 이미 이 점을 지적했다. 성범죄 전담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진술의 신빙성이 전부인 사건에서 그 공백이 무엇을 뜻하는지 썼다. 법무부 장관도 신중론을 폈다. 대통령마저 권한 배제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도 속도는 줄지 않는다. 8월 17일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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