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온전한 노동의 가치를 가르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달력 위 5월 1일의 붉은 숫자가 유독 붉다.
2026년 5월 1일, 직종과 무관하게 모두가 쉴 수 있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보다 반가운 소식이 있다. 63년이라는 긴 시간을 굽이쳐 마침내 '노동절'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근로'와 '노동', 한자어 두 글자 차이에 불과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한 시대를 지배했던 권력의 시선이 담겨 있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의 '근로' 뒤에는 국가나 사용자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는 수동적인 태도가 숨어 있다. 반면 '노동'은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주체적인 행위자의 언어에 가깝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1923년 일제강점기에 한국 최초의 5월 1일 노동절 기념행사가 열렸으나,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은 이 날짜를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 10일로 변경했다. 뒤이어 1963년 박정희 정권은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꾸어 버렸다. 경제 개발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권리를 자각하고 연대하는 능동적 주체 대신 통제에 순응하며 고분고분 일할 수동적 인력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언어는 인식의 틀을 규정한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한다. 부지런함을 절대적인 미덕으로 강요하는 이름표 아래에서 일하는 이들은 자신의 정당한 몫을 묻기 전에 침묵과 인내를 먼저 배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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