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데이터센터에 던지는 질문

[이슈브리프 08 부록] 전기와 물, 소음과 세수에 관한 이야기

by김하종

우리가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영상을 시청하며,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건네는 매 순간 어딘가에서는 거대한 서버가 돌아간다. AI 시대의 풍요는 손에 잡히지 않는 뜬 구름 같지만, 그것을 떠받치는 인프라는 놀랄 만큼 물질적이다.


수많은 서버를 품은 거대한 건물. 하루 24시간 끊임없이 흐르는 전기.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한 거대한 냉각설비. 그리고 변전소와 송전선, 비상발전기와 통신망까지.


데이터센터 유치는 단순히 커다란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의 전력망과 물, 토지와 재정을 재편하고, 때로는 주민들이 매일 듣게 될 일상의 소리마저 바꾸는 거대한 변화다.


춘천은 이미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구봉산 자락에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이 가동 중이며, 동면 지내리 일원에는 81만 5천㎡ 규모의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와 강원도는 소양강댐의 차가운 심층수로 냉각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산업단지를 구상 중이다. 나아가 2026년에는 여러 국내외 기업과 투자사가 춘천 데이터센터 부지에 투자 의향을 밝혔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그래서 춘천이 ‘데이터센터 도시’가 될 가능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데이터센터가 좋은가, 나쁜가'라는 이분법적인 선문답이 아니다.


지금 춘천에 필요한 것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산이다. 얼마나 많은 전기와 물을 사용하는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주민들의 생활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창출된 새로운 부(富) 가운데 얼마가 춘천을 변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가.


우리보다 먼저 데이터센터를 품었던 세계의 다른 도시들은 이미 이 치열한 질문들을 거쳐왔다.




서버는 쉬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전기를 아주 많이, 그리고 24시간 일정하게 소비한다는 점이다. 2024년 환경부 착공 당시 데이터센터 규모는 220MW로 발표됐다. 이후 AI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에 맞춰 사업 방향이 조정되면서 2026년에는 약 240MW급 대형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계획이 제시되고 있다. 기존 8개 용지도 일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최종 계약전력과 최대수전용량, 실제 IT 부하가 얼마인지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냉각에 소모되는 전력은 크게 줄일 수 있다. 연평균 7도를 유지하는 소양강댐 심층수가 서버의 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버와 GPU 자체가 구동하기 위해 삼키는 막대한 전력수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산업이 팽창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갈증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이 아일랜드다. 2015년 아일랜드 전체 전력의 5%를 소비하던 데이터센터는 2025년 그 비중이 23%까지 치솟았다. 아일랜드의 도시에서 거주하는 가구 전체가 쓰는 전력(18%)보다 데이터센터가 더 많은 전기를 빨아들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아일랜드는 규칙의 판을 바꾸고자 했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자신의 최대 전력수요를 감당할 발전 또는 저장설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며, 연간 소비전력의 최소 80%를 아일랜드 내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조달하도록 의무화했다.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을 공공슬롯가 무조건 공급해야 한다는 낡은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전기를 막대하게 쓰는 기업이라면, 그 전력을 만들어낼 바카라임도 마땅히 함께 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춘천 역시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새로운 변전소나 송전선이 필요하다면 그 막대한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재생에너지를 쓴다고 할 때, 기존에 생산된 전기를 사 오는 것에 그치는지, 아니면 데이터센터의 수요만큼 새로운 발전설비가 지역에 실질적으로 추가되는지도 엄밀히 따져야 한다.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자격은 전기를 얼마나 적게 쓰는가를 넘어,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바카라임 있게 만들어내는가를 증명하는 데서 완성된다. 데이터센터와 AI 전환이 우리에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미래라면,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들여놓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향후 춘천이라는 도시가 RE100, 에너지자립 도시로 나아가는 주요한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물을 쓴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묻다

전력 못지않게 데이터센터 문제에서 세계적인 갈등의 뇌관이 된 것이 바로 '물'이다. 다만 춘천의 조건은 기존 논의와 다소 다르게,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춘천 수열에너지 클러스터의 냉각 방식은 물을 증발시켜 열을 빼앗는 일반적인 냉각탑과 구조가 다르다. 차가운 소양강댐 심층수가 서버의 열을 흡수하고, 이렇게 데워진 물은 스마트팜 등에서 재활용되는 순환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클러스터로 유입되는 전체 수량을 곧 '데이터센터가 소비해 없애버린 물'로 단순 환산하는 것은 정확한 셈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물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각 데이터센터가 수열 외에 보조 냉각수를 얼마나 추가로 사용하는지, 가뭄이나 폭염으로 원수의 수온이 상승할 경우 시스템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용 전후의 수온 변화와 수질은 어떻게 통제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칠레 산티아고 세리요스의 사례는 물 문제가 어떻게 지역슬롯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는지 보여준다. 장기 가뭄에 시달리던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지하수를 퍼 올려 냉각수로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거센 주민 반발이 일었다. 결국 2024년 칠레 환경법원은 기존 환경승인의 일부를 취소하고, 기후변화가 산티아고 대수층에 미칠 영향까지 반영해 다시 평가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사업자는 2022년 지하수 냉각방식을 공랭식으로 변경하고 우물 사용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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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기후정의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세상 곳곳에 아프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들려줄 사랑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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