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이후에도, 더 나은 삶은 가능해야 한다

[이슈브리프 09 부록] 기후보험으로 설계하는 공동의 안전망

by김하종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물에 잠긴 집은 수리해야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안에는 임시 거처도 필요합니다. 일터가 문을 닫거나 작업을 멈춰 소득이 줄어도 월세와 식비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오히려 늘어가기만 합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기후재난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도시를 만들려면 피해 복구와 생활 지원, 공동체 회복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재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필요한 지원이 제때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으려면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재원으로 지급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기후보험은 이 문제를 풀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보험상품을 만들고 가입자를 늘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보장 범위가 좁거나 지급이 지연되면 보험이 있어도 일상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기후위험이 커질수록 보험료가 인상되어, 정작 보호가 시급한 이들이 제도 밖으로 배제될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보험 설계의 시작은 ‘어떤 삶을 보장할 것인가’여야 합니다. 건강과 주거, 생계와 돌봄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피해를 줄이는 예방투자와 어떻게 연결할지, 개인과 지역이 감당하기 벅찬 위험을 슬롯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기존 보험의 한계와 남겨진 과제

현재 춘천시는 모든 시민이 자동으로 가입되는 시민안전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등록외국인도 포함되며, 자연재해 사망과 자연재해로 인한 상해 진단위로금 등을 보장합니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주택과 온실, 소상공인의 상가·공장 등의 재산 피해에 대응하며 세입자를 위한 가입 유형도 두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온열·한랭질환 등 기후 관련 건강 피해를 보장하고, 기후취약계층에는 추가 보장을 제공하는 기후보험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중요한 안전망이지만, 재난 피해자의 복합적인 필요를 모두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택 수리비와 임시 거처의 생활비는 다르고, 질병에 대한 보장과 작업 중단으로 인한 소득 손실 역시 별개의 문제입니다. 가족 돌봄에 따른 추가 지출이나 장기적인 심리 회복도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후보험을 논의하기에 앞서 기존 보험과 재난지원금, 긴급복지 등 공적 제도를 종합적으로 펼쳐놓고 점검해야 합니다. 어떤 피해가 보장되고, 어떤 지원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울러 제도를 모르거나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어 지원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안내부터 보험금 청구와 지급까지의 절차도 살펴야 합니다. 자동가입이 필요한 순간의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인도: 폭염으로 위협받는 생계까지 보호하다

인도에서 노점상과 가내노동자 등 제도적 보호가 취약한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해온 노동조합 '자영여성노동자협회(세와·SEWA)’의 폭염보험 사례는 보장 범위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국제노동기구가 2026년 발간한 보고서는 세와가 2023년부터 기후보험을 운영하며 지급 기준과 보장 범위를 개선해온 과정을 다룹니다. 기온이 오르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고 생활비 부담은 커집니다. 세와는 이러한 상황에 주목해,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생계의 어려움을 함께 다룬 것입니다.


특히 2025년에 마련한 기후복지기금은 저축과 기상지표에 따른 지원금, 긴급 자금을 결합했습니다. 기상지표가 지급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생계 손실과 의료비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이후에는 공동체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시설과 재난 위험을 미리 알리는 조기경보 체계 등에 투자하는 방향도 구상했습니다. 보험의 지급 조건과 실제 생활의 필요 사이에 생기는 틈을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춘천에서도 폭염이나 호우로 작업을 멈춘 노동자, 영업을 중단한 영세 자영업자, 재난으로 생활비가 늘어난 가구의 어려움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후재난에 따른 작업중지 소득 보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안전을 위해 일을 멈춘 사람이 생계 걱정 때문에 다시 위험한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임금·수당 지급 의무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보험과 공적 지원은 기존의 법적 바카라임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 등에게는 고용관계의 차이를 고려해 소득을 확인하고 지원금을 지급할 별도의 절차도 마련해야 합니다.





영국: 복구 과정에 예방투자를 연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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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기후정의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세상 곳곳에 아프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들려줄 사랑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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