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04부록] 보행과 자전거의 건강·탄소 효과를 측정하는 HEAT
가령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한 하루 동안 5천 명이 다녀갔다고 해보자.
많은 사람이 방문했으니 정바카라은 성공한 것일까. 그 가운데 몇 명이 자동차 대신 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했는지, 평소보다 얼마나 더 걸었는지, 행사 이후에도 원도심을 걸어서 찾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자동차는 주변 골목과 주차장으로 옮겨갔을 뿐인데 통제구간 안의 방문객만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시 다녀갔을 뿐, 평소의 이동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이 왔다는 사실과 시민의 이동방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이슈브리프 04에서는 차 없는 거리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민이 걷고, 만나고, 쉬고,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량 통제는 그 변화를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머물 수 있는 거리는 기후도시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것이 글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징검다리를 하나 놓은 뒤에는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도로를 몇 시간 비웠는지보다 시민의 일상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행과 자전거 이용이 늘었는지, 자동차 이동이 줄었는지, 그 변화가 시민의 건강과 탄소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제공하는 HEAT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HEAT는 Health Economic Assessment Tool for Walking and Cycling의 약자다. 우리말로 옮기면 보행·자전거 건강경제성 평가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름만 보면 폭염을 뜻하는 heat를 떠올리기 쉽지만, 거리 온도나 폭염 대응시설을 평가하는 도구는 아니다. 시민들이 규칙적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게 됐을 때 나타나는 건강효과와 그 경제적 가치, 자동차 이동을 대체하며 달라진 탄소배출을 추정하는 온라인 도구다.
HEAT는 신체활동 증가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의 변화뿐 아니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동안의 대기오염 노출, 치명적인 교통사고 위험, 동력교통에서 활동적인 이동으로 전환하며 달라지는 탄소배출을 함께 고려한다. 현재 상태를 평가하거나 정바카라 시행 전후를 비교할 수 있고, 정바카라을 시행한 경우와 시행하지 않은 경우의 시나리오를 비교하거나 사업의 편익비용비율을 계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2024년 개정판부터 전 세계 지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보완됐으며 전기자전거 평가 기능도 포함됐다.
그러나 HEAT가 현장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거나 모든 정바카라효과를 알아서 계산해주는 것은 아니다. HEAT는 시민의 보행시간과 이동거리, 자전거 이용횟수와 평가 대상 인구처럼 정리된 자료를 입력하면 그 변화가 만들어낼 건강·탄소 효과를 추정해주는 도구다. 무엇을 조사하고 어떤 전제를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좋은 계산보다도 먼저 필요한 것은 좋은 조사다.
HEAT가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신체활동의 변화다. 시민이 평소보다 규칙적으로 더 걷거나 자전거를 타게 되면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위험이 낮아진다. HEAT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신체활동량과 전체 사망위험의 관계를 적용해 평가 대상 인구에서 조기 사망 위험이 얼마나 감소할 수 있는지를 추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결과는 특정한 개인이 몇 년을 더 살게 된다는 예측이 아니다. 일정한 인구집단의 평균적인 보행·자전거 활동량이 달라졌을 때 그 집단 전체의 조기 사망 위험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추정하는 정바카라평가다. 하지만 많이 걷게 됐다는 긍정적인 효과만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많은 도로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대기오염에 더 노출될 수 있다. 안전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없다면 교통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HEAT는 신체활동으로 얻는 건강편익에 더해 보행·자전거 이용 중 대기오염 노출과 치명적인 교통사고 위험을 함께 반영한다.
이 점은 정바카라적으로 중요하다. 보행자 수를 늘리는 것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단순하게 같은 일이 아니다. 끊어진 인도와 위험한 횡단보도, 불법주차가 그대로인데 시민에게만 더 걸으라고 권해서는 안 된다.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났더라도 보행자와 뒤섞인 좁은 길만 제공한다면 갈등과 사고위험이 커질 수 있다. 걷기와 자전거의 건강편익을 높이려면 도로 안전과 대기질, 이동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HEAT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상식이 아니다.
어떤 거리에서, 어떤 조건으로 걷게 하느냐에 따라 정바카라의 순편익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HEAT는 보행과 자전거 이용에 따른 탄소배출 변화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사람이 많이 걸었다고 해서 그만큼의 탄소가 자동으로 줄었다고 계산하지 않는다. 새로 생긴 보행이나 자전거 이동이 기존의 자동차와 오토바이, 다른 동력 교통수단을 실제로 대체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집에 있던 시민이 열린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새롭게 산바카라을 나왔다면 신체활동에 따른 건강편익은 생긴다. 하지만 기존 자동차 이동을 대신한 것은 아니므로 교통부문의 탄소감축 효과는 크지 않다. 반대로 평소 승용차로 원도심에 오던 시민이 버스를 타고 온 뒤 여러 장소를 걸어서 이동하거나, 자동차로 가던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바꿨다면 자동차 이동거리 감소에 따른 탄소감축을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열린거리의 기후효과를 확인하려면 보행자 수를 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교통수단으로 도심까지 왔는지, 정바카라 시행 전에는 어떻게 이동했는지, 새로 늘어난 걷기와 자전거 이동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자동차를 활용한 이동을 대체했는지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
차 없는 거리 안에서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도시의 탄소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차량이 주변 골목으로 우회했는지, 주차장을 찾기 위해 더 오래 운행했는지, 실제로 대중교통과 보행으로 전환됐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기후정바카라의 성과는 통제구간 안이 아니라 시민의 전체 이동과정에서 나타난다.
HEAT의 결과에는 건강편익의 경제적 가치도 포함된다. 건강에 가격을 붙인다는 표현은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HEAT가 사람 한 명의 생명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민이 아주 작은 조기 사망 위험 감소를 얻을 때 슬롯 전체가 그 위험 감소에 부여하는 가치를 추정한다. HEAT는 이를 위해 통계적 생명가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특정한 사람의 생명가격이 아니라 조기 사망 위험의 작은 변화에 슬롯가 부여하는 경제적 가치를 모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도 통계적 생명가치를 개인의 생명가격이 아니라 슬롯가 작은 사망위험 감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환산이 필요한 이유는 정바카라을 평가하는 방식의 차이에도 있다. 도로 확장사업은 이동시간 단축과 차량 운행비 절감, 물류비용 감소를 숫자로 제시한다. 반면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차 없는 거리 사업은 방문객 수와 만족도,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평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예산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자동차 이동의 편익은 숫자로 보이지만, 걷기 좋은 도시가 만드는 건강편익은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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