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05-1] 빈집을 지역의 주거와 생활 자원으로 바라보자
춘천의 원도심과 읍·면 지역을 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이 떠난 뒤 관리되지 않은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는다. 담장과 지붕이 무너질 위험이 커지고, 쓰레기가 쌓이거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집은 개인의 재산이지만, 방치된 빈집에서 생기는 문제는 소유자 한 사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을 걱정해야 하고, 골목의 주거환경도 나빠진다. 빈집이 한두 채를 넘어 여러 채로 늘어나면 상점과 생활서비스가 줄고, 동네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불편도 커진다.
춘천시가 2023년 실태조사와 2024년 행정조사를 통해 파악한 빈집은 836호다. 이후 일부 정비가 이뤄진 만큼 현재 숫자는 달라졌을 수 있지만, 춘천에서도 빈집이 더 이상 일부 지역의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빈집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행정이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사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소유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소유자의 관리 바카라임과 함께 주변 주민의 안전, 도시의 주거환경을 지켜야 할 공공의 바카라임도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이미 매년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에는 활용사업 18동과 철거사업 10동이 계획돼 있다. 그런데 활용사업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빈집 활용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 시가 빈집을 철거하고, 소유자가 해당 토지를 5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면 그 자리를 임시주차장이나 쉼터, 텃밭 등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철거사업은 소유자가 직접 빈집을 철거할 경우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위험한 집을 철거하고 방치된 부지를 정비하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주차난이 심한 주택가라면 철거한 자리를 공용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다만 여기서 한 번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빈집을 철거한 뒤 남은 땅을 활용하는 것과 빈집 자체를 고쳐 다시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정바카라이다. 지금 춘천의 빈집 활용사업은 전자에 가깝다. 집을 수리해 다시 주택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고쳐 쓰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철거 중심의 빈집정바카라은 춘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연구원이 행정안전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빈집 정비실적을 보면 전국 2만2,352건 가운데 단순철거가 1만9,384건으로 86.7%를 차지한다. 집수리와 리모델링은 4.4% 수준에 불과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 전체 정비실적 1,176건 가운데 1,165건이 단순철거였다. 사실상 대부분의 빈집정비가 철거로 이뤄진 셈이다.
철거에 사업이 몰리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빈집을 다시 사용하려면 건물 상태를 확인하고, 소유자와 협의하고, 수리비를 마련해야 한다. 상속이나 공동소유 문제도 풀어야 하고, 수리가 끝난 뒤 사용할 사람도 찾아야 한다. 반면 철거는 상대적으로 절차가 단순하다. 위험한 건물을 없앴다는 결과가 명확하고, 주차장을 만들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빠르다.
문제는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쉬운 방식이 언제나 지역에 가장 필요한 방식은 아니라는 데 있다. 빈집을 철거하면 안전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집 한 채도 함께 사라진다. 특히 사람이 줄어드는 원도심에서 빈집을 계속 없애고 그 자리를 주차장으로 바꾸는 방식만 반복한다면, 주민을 다시 불러들이고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지역에서 오히려 주거 공간을 줄이는 모순이 발생한다.
빈집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면 무조건 보존하자는 주장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붕괴 위험이 크거나 수리비가 지나치게 많이 드는 집은 철거하는 것이 맞다. 도로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생활 기반시설과 너무 멀어 주거로 다시 사용하기 어려운 집도 있을 것이다.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는 빈집 철거 부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철거가 결정되기 전에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간단한 수리만으로 다시 살 수 있는 집인지, 큰 수리가 필요하지만 입지와 구조가 괜찮은 집인지, 주거는 어렵더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 활용 가능성이 낮고 안전 문제도 크다면 그때 철거하면 된다.
지금보다 정바카라의 순서와 과정을 조금 세밀하게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빈집을 발견하면 철거 여부부터 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상태와 예상 수리비, 소유관계, 주변의 주거 수요와 생활여건을 먼저 살핀다. 그다음 다시 쓸 수 있는 집과 철거해야 할 집을 나눌 수 있다. 현행 제도도 빈집정비를 철거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개축과 대수선, 용도변경을 통해 건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임대주택과 공동이용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제도가 없어서 못 하는 일이라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장기적인 마을 활성화를 고민하고 빈집 활용방안을 찾기보다 비교적 손쉬운 철거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빈집을 낡은 건물의 문제로만 보면 해법도 안전조치와 철거에만 머물기 쉽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주거의 관점에서 보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이고, 돌봄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동네 가까이에 작은 공동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자원이다. 청년정바카라과 연결하면 저렴한 임대주택이나 작업공간이 될 수 있고, 농촌에서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의 임시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이슈브리프 02'에서 제안했던 ‘청년 봄내하우스’도 새 건물을 짓는 방식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교통과 생활여건이 괜찮은 곳의 빈집을 장기임차하거나 매입해 수리한다면 기존 주택을 활용한 청년주거를 만들 수 있다. 고령자가 많은 동네에서는 작은 공동식사 공간이나 돌봄 거점으로 쓸 수 있다. 갑작스럽게 살던 집을 나와야 하는 시민에게는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긴급 주거공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빈집에 새로운 기능을 억지로 넣을 이유는 없다. 다시 집으로 쓸 수 있다면 집으로 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건물을 없애기 전에 이 공간이 동네에서 다시 쓰일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빈집정바카라을 건축행정만의 업무로 두어서도 곤란하다. 주거와 복지, 돌봄, 청년, 문화 등 여러 부서가 함께 들여다 보아야 활용 가능한 선택지가 늘어난다.
빈집 철거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주차난이 심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설일 수 있다. 다만 빈집을 철거한 뒤 별다른 검토 없이 주차장을 만드는 방식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동네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도 있고, 집 가까이 잠시 앉을 곳 하나 없는 동네도 있다. 고령자가 많은 곳이라면 작은 쉼터나 돌봄공간이 더 시급할 수 있고, 농촌마을에서는 공동텃밭이나 농기구 보관공간이 더 유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쓰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공간으로 조성한다면, 동네의 에너지 자립을 돕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기후위기 시대라는 큰 흐름 속에서 볼 때, 자동차 중심의 공간을 무작정 늘려나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주차 공간의 확대는 곧 승용차 이용의 편리함으로 이어지고,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와 부딪힌다. 도심 속에 모처럼 생긴 소중한 여백을 화석연료 차량을 위한 거점으로만 채우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물론 불가피하게 주차장을 조성해야 한다면 그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아스팔트를 까는 대신 주차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차량의 햇빛 가림막 역할을 동시에 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그늘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거나 빗물이 스며드는 바닥재를 함께 사용한다면,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기후 적응형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주차장을 아예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차장 역시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여야 하며, 지역의 쓰임새는 물론 환경과 미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빈집정비사업의 성과는 몇 동을 철거했고 몇 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는지로 쉽게 설명된다. 행정 사업의 실적을 확인하려면 이런 숫자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빈집 문제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알기 어렵다.
수리해 다시 사람이 살게 된 집은 몇 채인지, 빈집을 활용한 주택의 임대료는 어느 정도인지, 주민 공간으로 만든 곳은 지금도 계속 운영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철거 후 부지 활용, 수리 후 주거 활용, 공동이용시설 활용, 매매와 임대 연결 등으로 항목을 나누어 공개한다면, 춘천의 빈집 정바카라이 실제로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훨씬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빈집을 줄이는 것과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다. 철거해야 할 집은 철거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집까지 서둘러 없앨 이유는 없다. 빈집 정바카라을 고민하는 첫 시작 질문을 '얼마나 철거할 것인가'에서 '어떤 집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가'로 바꾸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춘천의 빈집을 주거와 돌봄, 생활에 다시 연결하려면 방향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주택 소유자가 참여할 만한 조건을 만들고, 복잡한 소유관계를 풀어줄 지원이 필요하다. 수리한 집을 누가 관리할지,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할지도 꼼꼼히 정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빈집 활용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 춘천시가 갖춰야 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살펴보려 한다.
#머물이유가있는춘천 #이슈브리프 #춘천 #춘천정바카라 #빈집정바카라 #빈집활용 #도시재생 #주거정바카라 #원도심 #생활SOC #청년주거 #돌봄정바카라 #지역활성화 #주차장보다사람 #기후위기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