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를 넘어 머물 수 있는 거리로

[이슈브리프 04] 생각의 전환으로 도심을 살리는 법

by김하종

차 없는 거리를 만든다고 도심이 살아날까.


도로를 막고 자동차를 내보낸다고 사람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주말 하루 차량을 통제하고 공연과 장터를 연다고 침체한 상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차가 사라진 자리에 앉을 곳도, 그늘도, 천천히 둘러볼 거리도 없다면 행사가 끝난 다음 날 도로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도로 몇 곳을 막는다고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시민들이 자동차를 타고 차 없는 거리 행사장까지 찾아와 주변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고, 행사가 끝난 뒤 다시 차를 타고 떠난다면 탄소를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다. 반대로 짧은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고, 자전거와 버스로 원도심에 오며, 자동차 없이도 여러 상권과 문화공간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 없는 거리가 기후위기 대응정바카라이 되려면 자동차가 사라진 시간보다 시민의 일상적인 이동방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동차를 줄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도심에 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도심에서 조금 더 걷고, 만나고, 쉬고, 머물게 할 수 있을까. 차량 통제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차가 없는 거리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기후위기는 이동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 발전소와 공장,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시민이 매일 어디로, 얼마나 멀리, 어떤 수단으로 이동하는지도 도시의 온실가스 배출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자동차를 이용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가 만들어 놓은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집에서 시장까지 거리가 멀고, 인도가 끊겨 있으며, 자전거도로가 위험하고,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다면 시민에게 자동차를 타지 말라는 말은 공허하다.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선택은 진정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후위기 대응은 시민에게 승용차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걷기와 자전거, 대중교통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선택이 되도록 도시의 공간과 이동체계를 바꿔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도 자동차 이동을 걷기와 자전거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건강과 대기질, 교통혼잡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도 필요하다. 그러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동차가 도로와 주차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간구조, 짧은 거리까지 승용차를 이용해야 하는 생활방식, 교통혼잡과 보행안전 문제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36%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지방정부가 직접 다뤄야 할 핵심 영역에도 건물과 수송, 폐기물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자동차 탄소포인트제 등 현재 계획에 담긴 사업만으로 적극적인 감축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2026년 7월에도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중심의 수송 부문 대바카라만으로는 늘어나는 승용차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춘천의 탄소중립 정바카라에 필요한 것은 자동차의 연료만 바꾸는 일이 아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동을 늘리고, 가까운 생활권 안에서 필요한 일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걷기와 자전거, 버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도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머물 수 있는 거리는 바로 그 전환을 작은 공간에서 먼저 시작하는 실험이 될 수 있다.




차가 없는 거리와 사람이 머무는 거리는 다르다

차량이 사라진 도로는 우선 비어 있는 공간이다. 그 빈자리에 무엇을 놓느냐에 따라 거리는 전혀 달라진다.

무대와 천막, 판매 부스를 빼곡하게 설치하면 도로는 잠시 야외 행사장이 된다. 사람들은 정해진 공연을 보고 준비된 물건을 산 뒤 행사가 끝나면 떠난다. 시민이 거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관람하는 데 머물 수 있다.


사람이 머무는 거리는 달라야 한다. 시장에서 장을 본 어르신이 잠시 앉을 의자가 있고, 아이가 부모의 손을 놓고 몇 걸음 뛰어볼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턱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친구를 기다리거나 바카라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머물 수도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사거나 체험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비로소 거리는 시민의 것이 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된다. 운전자와 보행자를 서로 반대편에 세우는 것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필요한 것은 운전자를 배척하는 정바카라이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시민도 차를 세운 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도심을 살린다는 말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 방문객이 몇 명 늘었는지만으로 도심의 회복을 판단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몇 곳의 가게와 공간을 함께 이용했는지, 자동차를 타지 않고 얼마나 이동했는지,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느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도심의 활력은 지나가는 사람의 숫자보다 그곳에 남겨진 시간의 질에서 만들어진다.




기후위기 시대의 거리는 달라야 한다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거리는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여름철 차량을 막은 도로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광장으로 남는다면 시민은 그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그늘 없이 공연과 장터만 열어 놓는 차 없는 거리는 폭염이 일상이 된 도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나무와 식재공간, 그늘막과 식수대, 바람이 통하는 휴식공간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차도나 주차면 일부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바꾸는 이동식 파크렛(Parklet), 아스팔트의 열기를 줄이고 빗물을 흡수하는 투수성 포장과 생태 그늘막, 물안개 쿨링포그 시설 등을 현장 여건에 맞게 단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갖춰질 때 거리는 비로소 폭염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기후적응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나무와 식물은 햇빛을 가리고 주변을 식혀 도심 열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단단하게 포장된 도로와 주차장은 자연지면보다 열을 많이 흡수하고 천천히 방출한다. 거리의 포장 재료와 녹지 배치도 기후적응 정바카라의 일부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열린거리 주변의 공공화장실과 식수시설, 이동노동자 휴식공간도 함께 연결할 수 있다. 여름에는 배달·택배·대리운전 노동자와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잠시 쉬어갈 수 있고, 겨울에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생활권 거점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머물 수 있는 거리는 두 가지 기후대응을 동시에 수행한다. 걷기와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후위기 완화 정바카라이면서, 그늘과 녹지와 휴식공간을 늘려 폭염에 대비하는 기후위기 적응 정바카라이다. 자동차가 빠진 자리를 시민의 휴식공간과 녹지로 채울 때 차 없는 거리 정바카라은 교통정바카라에 머물지 않고 비로소 기후정바카라이 된다.



춘천에는 이미 흩어진 정바카라 조각들이 있다

춘천이 사람 중심, 보행자 중심의 거리 정바카라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춘천시는 2024년 보행자우선도로를 공식 지정했다. 조운·소양 도시재생사업에도 시청길 일대의 보행자우선도로와 영화·축제 테마거리, 조경수와 거리 시설물, 주차공간 일부를 쉼터로 전환하는 파크렛, 실시간 주차정보 제공이 포함돼 있다. 상인과 문화예술인, 시민단체가 공공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타운매니지먼트 구상도 마련돼 있다.


원도심에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20억 원을 투입해 명동과 중앙시장, 제일시장과 지하상가 등을 포함한 8개 상권, 1,246개 점포를 지원하는 상권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됐다. 강원대학교 후문도 춘천 최초의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뒤 주요 구역을 보행자우선도로로 조성하고, 대학 연계 축제와 골목 콘텐츠를 운영해왔다.


문제는 이런 사업들이 시민의 하루 안에서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운·소양 같은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과가, 보도와 도로·자전거도로 같은 보행·이동 기반은 도로과가 맡는다. 주차와 차량 통행, 대중교통은 교통과가 담당한다. 원도심 상권과 전통시장 지원은 경제정바카라과가, 공연과 문화예술축제는 문화예술과가, 관광축제는 관광정바카라과가 추진한다. 탄소중립은 기후에너지과가, 가로수와 도시녹화는 녹지정원과가 맡는다.


도로를 정비해도 그 끝에 불법주차 차량이 서 있고, 공연이 끝나면 의자와 그늘막도 함께 철거된다. 시장과 골목은 가까이 있지만 시민에게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안내된다. 기후위기 대응계획과 거리정비사업도 각각의 문서 안에서 따로 논다. 각 부서는 저마다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이 실제로 경험하는 거리는 이 모든 정바카라이 한꺼번에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춘천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거리 사업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과 주차, 상권과 문화, 녹지와 폭염대바카라을 하나의 거리 정바카라 패키지로 묶는 일일 것이다.




수원은 큰 실험을 작고 반복 가능한 정바카라으로

수원 행궁동은 춘천이 참고할 만한 가까운 사례다. 수원시는 2026년 3월부터 4월까지 행궁동 화서문로 약 220m 구간을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했다. 인근 학교 주차장을 공유하고 교통 흐름과 보행안전,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뒤 5월부터 정례 운영으로 전환했다. 폭염과 한파 기간에는 시민과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해 운영을 중단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수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도로를 막은 규모가 아니다. 짧은 구간에서 시작하고, 대체 주차공간을 함께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범 운영 결과를 확인한 뒤 정례화하고, 날씨와 현장 상황에 따라 운영방식을 탄력적으로 조정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바카라의 원형을 고집하기보다 시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현장성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춘천도 처음부터 원도심의 넓은 구간을 상시 통제할 필요는 없다. 차량 우회와 물류 조정이 가능한 200~400m 정도의 구간을 정해 한 계절 동안 시범 운영하고, 결과에 따라 운영시간과 구간을 조정하면 된다.


보고타의 힘은 규모보다 반복에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는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도로를 시민에게 연다. 현재 141㎞가 넘는 도로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매주 150만 명 이상이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탄다. 보고타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매주 같은 시간에 반복된다는 점이다.


연중 한두 번 열리는 행사는 시민이 날짜와 장소를 따로 찾아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이나 격주 일요일처럼 약속된 시간에 거리가 열리면 시민의 생활 계획 속으로 들어온다. 가족 단위는 산바카라을 약속하고, 대학 동아리는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 상인들은 영업시간과 물류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시민은 열린거리를 특별행사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이러한 반복 경험은 중요하다. 일 년에 한 번 자동차를 두고 걷는 체험보다 매달 한 번이라도 자동차 없이 이동하는 경험이 쌓이는 편이 낫다. 정기적으로 열린거리를 걷고 자전거를 타다 보면 어디가 위험한지, 어느 구간에 그늘과 자전거 보관대가 필요한지, 버스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차 없는 거리는 완성된 정바카라을 일회성으로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자동차 없이도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이어야 한다.


줄여야 할 것은 필요한 이동이 아니라 불필요한 교통량이다

스페인 폰테베드라는 흔히 차 없는 도시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지만, 실제로 모든 자동차의 접근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도심을 목적지로 하는 차량과 긴급차량, 주민과 물류 차량의 접근은 허용한다. 대신 도심을 지름길로 가로지르는 통과교통과 장시간 노상주차,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반복해서 도는 차량을 줄였다. 도심 가장자리에는 중심부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무료주차장 약 3,500면을 마련했다.


벨기에 헨트도 도심 차량을 조사한 결과 약 40%가 도심에 목적지가 없는 통과교통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도심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자동차가 중심부를 가로질러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도심에 볼일이 있는 차량은 목적지까지 접근할 수 있지만, 다른 구역으로 넘어갈 때는 외곽 순환도로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춘천에서도 중요하다. 읍면 지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거나 아이를 데려다주고, 장을 보고, 병원에 가고, 거동이 불편한 가족과 이동하는 시민에게 자동차는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생활수단이다. 이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


춘천형 이동정바카라은 자동차 이용자 전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접근은 보장하되 불필요한 통과교통을 줄이고, 도로를 장시간 점유하는 주차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를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시민에게는 더 편리한 대안을 제공하고, 자동차가 꼭 필요한 시민에게는 안정적인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기후정바카라은 시민의 생활조건을 무시한 금지와 통제 정바카라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정바카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 없는 거리라는 수단, 시민이 머무는 거리라는 목표

춘천에서는 정바카라의 이름부터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차 없는 거리는 무엇을 제한하는지를 먼저 드러내는 표현이다. 반면 가칭 봄내 열린거리는 자동차가 비켜난 자리에 무엇이 열리는지를 보여준다.


아이에게는 놀이공간이 열리고, 청년에게는 공연과 활동의 무대가 열린다. 상인에게는 새로운 손님을 만날 기회가 열리고,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시민에게는 무엇을 사지 않아도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열리고, 도시에는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는 이동방식을 시험할 공간이 열린다.


이름만 부드럽게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봄내 열린거리는 상권행사와 교통통제를 결합한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생활권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정바카라이어야 한다.


원도심에는 걸어서 이어지는 기후생활권을

춘천시청과 명동, 중앙시장과 제일시장, 지하상가와 브라운5번가, 요선동과 육림고개는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다. 그러나 시민은 대개 한 곳에 볼일을 보러 왔다가 곧바로 떠난다. 가까이 있는 다른 상권과 문화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보행 동선과 안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도심에서는 모든 도로를 한꺼번에 막기보다 차량 우회가 가능한 짧은 구간부터 월 1회 또는 격주로 시민에게 열 수 있다. 목표는 거리행사 방문객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원도심의 여러 장소를 자동차 없이 걸어서 경험하도록 만드는 데 두어야 한다.


중앙시장에서 장을 본 뒤 골목에서 식사하고, 서점이나 전시공간을 거쳐 시청광장에서 쉬는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원도심 전체를 한 장에 보여주는 보행지도와 공동쿠폰, 시장에서 산 물건을 주차장이나 집으로 보내주는 배송서비스도 함께 운영할 수 있다.


행사장에 외부 푸드트럭과 판매 부스를 가득 채우면 기존 가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열린거리의 판매와 체험은 지역 상인과 주민, 지역 창작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방문객이 골목 안쪽의 기존 점포까지 들어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도심에서 보내는 시간은 늘리되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는 줄이는 것. 그것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온실가스를 함께 줄이는 방향이다.



대학가에는 청년이 만드는 저녁 문화거리를

강원대학교 후문은 이미 보행자우선도로와 대학 연계 행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곳에서는 학기 중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오후를 활용해 청년과 지역 상인이 함께 만드는 열린거리를 시도할 수 있다. 대학 동아리 공연과 독립출판물 장터, 공개강연과 야외영화, 지역농산물 판매, 청년 창작자의 작은 전시가 어울린다.


그러나 대학가 안의 짧은 도로만 막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강원대 후문과 효자동, 팔호광장과 원도심을 잇는 보행·자전거 동선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원도심까지 자동차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원도심을 찾은 시민이 대학가까지 걸어서 갈 수 있어야 두 지역의 상권과 문화가 연결된다. 안전한 횡단구간과 끊기지 않는 자전거 동선, 자전거 보관대와 야간조명, 버스 환승정보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늘 새로운 행사가 아니다.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활동을 마음껏 펼치며, 비용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동차 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장소다.


생활권에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학교와 도서관, 공원 주변에서는 상권 활성화보다 어린이의 안전과 동네 공동체가 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 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시간제 안심통학로를 확대하고, 월 1회 주말에는 주택가 이면도로를 동네 놀이 공간으로 열 수 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주민들이 벼룩시장과 작은 운동회, 골목 바카라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험은 어린이에게도 중요한 교육 계기가 된다. 기후위기를 교실에서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가 비켜난 도로를 직접 걷고 뛰며 자신이 사는 도시의 공간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운영구간도 행정이 지도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와 학부모, 주민이 직접 동네를 걸으며 위험한 교차로와 불법주차 구간, 그늘과 쉬어갈 곳이 부족한 길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는 동네를 가장 자주 걸어 다니는 생활자다.


축제장 안의 사람을 도시로 연결해야 한다

춘천은 축제가 많은 도시다. 하지만 축제 방문객이 행사장을 벗어나 시장과 골목, 문화공간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하지 않다. 행사장 안에 상점과 먹거리, 공연을 모두 넣으면 방문객은 지역의 다른 공간을 경험하지 못한 채 다시 자동차를 타고 떠난다.


축제 기간에는 행사장 주변 도로만 막을 것이 아니라 춘천역과 원도심, 시장과 공연장을 잇는 이동계획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먼 구간은 셔틀과 대중교통으로 연결하고, 가까운 구간은 바닥 표시와 야간조명, 안내지도와 휴식공간으로 잇는다. 일부 구간은 축제 시간에 맞춰 열린거리로 운영하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임시 거점도 마련할 수 있다.


해당 축제의 성공은 행사장 안에 몇 명을 모았는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역 축제에 찾아온 사람이 춘천의 다른 장소에서 얼마나 더 머물렀는지, 자동차를 다시 타지 않고 얼마나 이동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운전자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말고 대안을 먼저 보여주자

시민에게 어느 도로가 통제된다는 안내만 보내서는 안 된다. 어디에 주차할 수 있는지, 어느 길로 우회해야 하는지, 버스와 셔틀은 어디서 탈 수 있는지, 평소보다 얼마나 더 걸리는지를 같은 친절하게 안내문에 담아야 한다. 주차장 만차 여부와 교통 상황도 가능한 범위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열린거리 주변의 학교와 공공기관, 민간시설 주차장을 주말에 공유하고, 조금 떨어진 주차장과 거리 사이에는 작은 순환버스를 운행할 수 있다.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를 위한 승하차 지점과 택시 대기공간은 통제구간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 주민 차량과 긴급차량은 사전등록이나 현장 확인을 통해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가 물류는 오전이나 지정 시간에 허용하고 공동 하역공간과 운반용 카트를 지원할 수 있다. 배달노동자와 택배기사의 이동 동선도 설계 단계부터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긴 읍·면 지역 주민에게 자동차는 생계이자 이동의 필수 수단이다. 이들에게 무작정 차를 두고 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허하다. 읍·면 거점과 원도심을 잇는 수요응답형 버스(DRT) 및 맞춤형 셔틀을 확충하고, 도심 외곽 주차장에서 원도심 보행축으로 연결되는 '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 환승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승용차 없이도 도심에 들어오는 것이 더 편하고 경제적인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시민의 일상적 이동 양식이 바뀐다.


아무런 불편도 수반하지 않는 생태교통 정바카라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편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정바카라과 예상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안을 준비하는 정바카라은 다르다. 불편을 감춘 채 성과만 앞세우는 홍보보다 불편을 줄이는 설계가 정바카라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만든다.


거리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거리 자체다

열린거리를 운영한다고 매번 무대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 그늘과 의자, 이동식 탁자와 식수대, 화장실과 수유공간, 어린이를 위한 작은 놀이공간이 먼저다. 시민이 시장에서 산 음식을 펼쳐 놓고 먹거나 바카라을 읽고 친구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거리의 모든 시간을 프로그램으로 채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무언가를 보거나 사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또 하나의 소비공간일 뿐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 머무를 수 있을 때 도로는 비로소 공공공간으로 바뀐다.


춘천의 계절성도 반영해야 한다. 봄과 가을에는 낮 시간을 활용하고, 여름에는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기거나 폭염이 심할 때 운영을 쉬어야 한다. 겨울에는 긴 시간 통제하기보다 제설이 완료된 짧은 구간에서 낮 시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늘과 식수, 폭염과 한파 대바카라은 문화 프로그램이나 판매 부스를 배치하는 것보다 앞서 준비돼야 한다.



상인과 주민은 설득 대상이 아니라 공동 설계자다

행정이 먼저 구간과 날짜를 정하고 주민과 상인을 설득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거리마다 상인과 주민, 청년과 장애인, 학부모와 어린이, 버스·택시·배달노동자가 참여하는 운영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차량 통제구간과 시간, 주민 진입과 상가 물류, 소음 기준과 장터 위치까지 이 협의체에서 함께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상인들의 가장 큰 우려인 초기 매출 감소나 물류 불편에 대해서는 시범운영 기간 전후의 상권 매출과 방문객 동선을 투명하게 측정하고 공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피해가 확인될 경우 운영 시간이나 구간을 가변적으로 즉시 조정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를 사전에 명확히 약속할 때, 상인들은 비로소 설득 대상이 아닌 정바카라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춘천시의 역할은 시민에게 완성된 계획을 길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확인하고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료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회도로 교통량과 주차장 이용 현황, 상가 물류시간과 보행자 수, 여름철 거리 온도를 조사해 공개한 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교통부서가 도로를 막고 문화부서가 공연을 준비하는 분절적인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기후에너지와 교통, 경제와 도시재생, 문화와 관광, 복지와 장애인 이동을 함께 다루는 부서 간 협업체계가 필요하다. 한시적으로 현장에는 주민과 행정, 상인을 연결하며 운영을 관리하는 거리 매니저를 둘 수도 있다.


열린거리는 행사가 아니라 도시를 운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탄소감축 효과를 실제로 측정하자

열린거리의 성과를 방문객 숫자와 행사 만족도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운영 전후의 차량 통행량과 우회도로 혼잡, 주차장 이용률과 버스 이용량을 조사해야 한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방문객 가운데 자동차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 이동거리 감소량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추정하고, 보행과 자전거 이용 증가가 시민 건강과 지역슬롯에 미친 효과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보행과 자전거 정바카라에 따른 탄소배출과 건강·경제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HEAT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춘천도 이러한 방법을 참고해 거리 정바카라의 기후효과를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 상권 평가는 전체 매출만 보지 말고 업종별 변화와 기존 점포 이용률, 공실률을 함께 봐야 한다. 기후적응 측면에서는 그늘 면적과 녹지, 한낮의 표면온도, 식수와 휴식시설 이용도 조사할 수 있다.어린이와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용했는지, 주변 골목에 차량과 소음이 전가되지 않았는지, 이동노동자가 실제로 쉴 수 있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물론 결과는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성과가 없으면 운영시간을 줄이고, 교통혼잡이 심하면 구간을 바꾸면 된다. 이용자가 적다면 프로그램을 늘리기에 앞서 그늘과 휴식시설, 대중교통 연결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바카라을 수정 없이 계속 집행하는 것만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문제를 발견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이야말로 기후도시로 가는 시민 실험의 중요한 성과다.


머물 수 있는 거리는 기후도시로 가는 징검다리다

차 없는 거리 하나를 만든다고 춘천이 곧바로 기후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 몇백 미터를 한 달에 몇 시간 비운다고 도시 전체의 온실가스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도시의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민은 자동차 없이도 도심에 올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행정은 주차와 물류, 대중교통과 보행을 함께 조정하는 경험을 쌓는다. 상인과 주민은 도로를 단순한 차량 통행로가 아니라 장사하고 쉬고 만나고 활동하는 생활공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어디에 그늘이 부족한지, 어느 길이 보행자에게 위험한지, 버스와 자전거 동선이 어디에서 끊기는지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후도시는 전기차가 많이 다니는 도시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고, 먼 거리는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과 병원, 학교와 공원 같은 일상의 목적지가 너무 멀리 흩어져 있지 않아야 한다. 폭염이 닥쳐도 누구나 그늘과 물, 쉴 곳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선택이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 머물 수 있는 거리는 그런 기후도시의 모습을 작은 구간에서 먼저 경험하는 공간이다.


춘천시는 열린거리 시범사업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말고, 그 결과를 보행축과 자전거망, 대중교통 환승체계, 원도심의 녹지와 그늘길, 주차와 통과교통 관리로 연결해야 한다. 운영이 잘된 구간은 보행자우선도로로 발전시키고, 시민의 이동 변화가 확인된 곳에는 버스와 자전거 기반을 더 확충할 수 있다. 한 거리에서 시작한 변화가 생활권으로, 생활권에서 도시 전체로 이어져야 한다.


차 없는 거리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자동차가 차지했던 공간의 일부를 시민과 녹지에 돌려주고, 자동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머물 수 있는 거리는 그 과정에서 시민이 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는 징검다리다. 기후위기 대응은 거대한 계획을 세운다고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과 이동하는 방법,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춘천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차가 없는 하루가 아니다. 차가 사라진 자리에 시민들의 시간과 그늘이 생기고, 그 경험이 자동차 의존을 줄이는 일상으로 이어지는 하루다. 그런 하루가 하나씩 쌓일 때 머물 수 있는 거리는 기후도시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춘천은 다시 머물 이유가 있는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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