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가 꼭꼭 숨겨둔 것

<어느 하루 눈부시지.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by양혜원
불행이라 해도 숨바꼭질 놀이와
아이스크림 한 개의 행복 정도는
누릴 수 있는 불행이기를.
적어도 행복하게 불행할 수 있기를.

- 정덕현,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행복하면서 불행할 수 있을까?'

에세이 속 문장을 읽다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언뜻 보기에 모순인데. 한 문장에 상반된 두 가치가 공존하다니! 이게 가능하다고?




[가난과 부유함] 그리고 [불행과 행복]. 이 두 집합을 교차하면 나올 수 있는 조합은 네 가지다.


1. 가난하면서 불행

2. 가난하면서 행복

3. 부유하면서 불행

4. 부유하면서 행복


1번 조합은 너무 슬프고, 누가 봐도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서 논외로 하겠다. 4번도 마찬가지. 따지고 볼 것도 없이 누구나 선망하는 조합이라서 패스다. 그러면 선택지는 둘만 남는다.


부유하면서 불행할 것이냐,
가난하면서 행복할 것이냐?


이 바카라의 작가는 어린 시절 속 한 친구를 떠올린다. 아버지와 셋방 살이를 전전하다가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하고 야반도주한 아이. 그 아이에게는 아이스크림 한 개 조차도 허락되지 않아 보였다. 해맑게 숨바꼭질을 하며 놀기만 해도 좋을 나이인데. 그 아이는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서울 어딘가로 꼭꼭 숨어버렸다.




내가 물질만능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돈이 없으면 뭘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주말 아이와의 하루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요즘 놀이터에서 놀기엔 너무 더워서 키즈카페라도 가려하면 입장료가 발생한다. 그리고 외식하고, 간식과 커피를 마시고 나면 반나절만에 벌써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물론 대안이 있기는 하다. 공공형 키즈카페를 가거나 지역 도서관을 가면 무리가 없다. 밥도 집에서 먹으면 되고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일정을 짜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가끔 여행이라도 가려할 때면 훨씬 큰 예산을 잡아야 한다.


어찌 보면 가족과의 행복, 추억을 위해서 쓰는 돈이니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행복을 찾아 숨 쉬듯 돈이 나가는 세상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지만 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보이는 것이 곧 행복인 시대이기도 하다. 누가 얼마나 좋은 걸, 얼마나 많이 소유/경험하고 있느냐. 그것이 곧 행복의 척도다. 그래서일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가난해도 행복할 순 없을까?'


내 대답은 YES. 당연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답정너란 걸 일정한다.) 소중함을 잃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몸이 아팠던 사람, 또는 전재산을 날렸던 사람, 가족을 잃었던 사람 등. 이들에게 행복은 건강한 몸, 지금 함께 하고 있는 가족, 그리고 숨 쉴 수 있는 바로 이 지금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인 가치다. 누구에게 그저 그런 상황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대성을 일찍 깨달은 사람이라면 현재를 얼마나 충만하게 살고 있을지 감도 안 온다. 그래서 철이 일찍 든 사람이 돈도 잘 모으고, 가족도 잘 챙기고 하나 보다. 이미 정답을 아니까.




비로소 나는 친구의 행복을 빌어줬던 작가의 메시지에 이해가 간다.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그리고 동심을 잃지 않길 바랐던 작가의 마음. 그 진심이 이제야 완전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작가의 희망적인 메시지도 엿보인다. 비록 가진 것이 부족할지라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술래가 숨겨둔 행복을 찾아 나서자.



가난한 대로 네 삶을 사랑하라.
가난한 집에서도 유쾌하고, 가슴 떨리며,
찬란한 시간들을 어떻게든 가질 수 있다.
석양은 부잣집의 창문뿐만 아니라,
빈민가의 창에도 똑같이 밝게 비치며,
봄이면 그 문 앞의 눈도 늦지 않게 똑같이
녹아내린다.
고요한 마음을 가진 이는, 빈민가에서도
궁전만큼이나 만족스럽고 기운을 북돋는
생각으로 살 수 있다고 나는 본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
(번역 출처: 영어 명문장 필사 노트)





독서하며 잊고 싶지 않은 문장을 일상에 기록하는

헤일리 데일리입니다.

해당 연재는 매주 금요일 아침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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