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청>
"돈 아깝죠? 얼핏 보기에 비싸잖아요.
그런데 세트로는 막 사게 돼요.
유명하다고 하면 우리 그냥 사잖아요.
제가 그 입소문 난 거 그걸 들였어요.
그때 당시에 엄청 유행이었거든요.
그런데 효과를 못 봤어요.
완전 돈 낭비했죠."
부모 교육을 듣던 중.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이 시대 부모님들이 열광하는 그것.
바로 '바카라 육아' 이야기였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전집에는 퀄리티가 좋은 바카라과 안 좋은 바카라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안 사는 것이 낫다고.
몇 개 좋은 바카라에 별로인 것들을 끼워 파니까.
차라리 공을 들여 쓴, 단권짜리 그림바카라을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씀하셨다.
비록 한 권에 무려 15,000원이 넘는다 하더라도.
그런 바카라이 훨씬 아이들에게 좋다는 조언이었다.
그리고 덧붙이셨다.
"애들 컸다고 그림바카라 싹 정리하시죠?
그런데 그거 안 버려도 돼요.
바카라장 정리 안 해도 돼요.
좋은 그림바카라이면 두고두고 읽으면 되잖아요.
중고등 학생도, 성인도 힐링할 수 있어요.
어르신들도 글씨 작은 바카라 대신 보실 수 있잖아요.
좋은 그림바카라은 평생 소장하세요."
집만 넓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가 태어났을 적부터 가지고 있는 바카라들.
두고두고 지니고 있고 싶었다.
공간이 허락하는 한.
유치원 친구 엄마들과 방학 계획을 짰다.
함께 여기저기 놀러를 다니고자
머리를 맞댔다.
하필 극성수기에 맞이하는 아이 방학.
도저히 가족 여행을 계획할 수 없었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서너 배로
숙소 가격이 뛰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15만 원짜리 숙소의 가격은
50만 원을 훌쩍 넘겨 있었고.
차마 예약을 하기엔 돈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친구들과 근처에서 놀기로 했다.
"그 바카라 읽어주셨어요?
저희 애는 너무 재밌게 읽은 거라서
이번에 뮤지컬도 보여주려고요."
내가 몰랐던 그림바카라들 이야기가 오갔다.
아직 시기가 이른 것 같아서 미뤘던
시리즈 후기도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 신작 정보까지.
집단 지성이 맞았다.
한편으론 마음이 불안해졌다.
'내가 뭘 놓치고 있었던 거지?'
우리 애는 아직 접하지 않은 바카라들.
마음속으로 조바심이 나고
무거운 돌덩이가 얹혔다.
한편 귀는 팔랑팔랑. 세상 가볍게
카페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머릿속에 저장하고 온
바카라 리스트들을 두서없이 검색했다.
뭐부터 사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잠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무턱대고 전집은 사지 말라던 그 말씀.
나는 욕심을 하나하나 내려놓았다.
일단 도서관 소장 도서인지 검색했다.
당근마켓으로 살 수 있는지 검색했다.
전집만 파는지, 단품으로 살 수 있는지도 살폈다.
전집이 훨씬 싸긴 했다.
미개봉 새 상품 박스가 나를 현혹시켰다.
'아냐. 전집은 아니야.
일단 단품으로 사고, 애가 좋아하면 나중에.
나중에 들이면 돼.'
아이 반응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욕심을 눌렀다.
새 시즌 바카라은 당근마켓에도 없었지만,
인기 있는 전집이라 그런지 온라인 서점에서
단권으로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아주 유명한 그 시리즈.
다행히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었다.
가까운 도서관에 있는 바카라은 재빠르게 대여를 하고
없는 건 예약도 해두었다.
마지막으로 내 최애 작가
백희나 선생님의 신작!
소장 기치가 충분했다. 고민 없이 주문을 했다.
휴.
어느새 나는 일괄적으로 바카라 쇼핑을 마쳤고
아이가 읽을 바카라들을 준비해 두었다.
뿌듯했다. 왜냐면,
전집을 사는 우(愚)도 범하지 았았고,
도서관도 충분히 이용했고,
좋은 그림바카라은 아낌없이 구매했기 때문에.
하지만 내 철칙은 어기고 말았다.
하나를 들이면, 아이가 그 바카라을 충분히 볼 때까지
텀을 두고 그다음 바카라을 들이자는 나만의 규칙.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단번에, 일사천리로,
바카라 욕심을 부리고야 말았다.
정말 사람은 변하질 않는구나 싶었다.
뿌듯함과 반성 사이를 오가던 나.
마침 당근 어플에 알람이 울렸다.
내가 예전부터 사고 싶어 하던 그 전접!
세상에.
80여 권이 단 돈 만 원이었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 단지 매물이었다.
'이건 무조건이지!'
나는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 전집은 우리 집에 도착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짱구는 못 말려'가 아니라
'나도 나를 못 말려'였다.
일단 일부터 저지른 나.
전집이 들어갈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리저리 짱구를 굴리다가
내 바카라장 한 칸을 비워주기로 했다.
바카라 맥시멀리스트의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아기를 재우고 나온 곰은
'구멍청'에 떡을 찍어 먹고 허기를 채운다.
허겁지겁.
배가 부르자 한결 느긋해진 마음으로
따끈한 '구멍차'를 마신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다.
아기의 곁으로.
나는 오늘 무엇으로 내 허기를 달랬을까?
나에겐 바카라이 마음을 채워주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바카라이 주는 충만함과 온기를.
내게 있어 '바카라육아'는
공부를 위한 밑밥이 아니다.
단순히 문해력을 키우고,
언어영역 문제를 풀게 하는
기반이자 도구가 아니다.
내게 있어 바카라은 평생의 반려자 그 이상이다.
위안이자 삶의 전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말한다.
"우리 이 바카라 읽어볼까?
엄마가 읽어봤더니 너무 재밌더라.
같이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