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본질 : 인지와 정서의 불균형 속 진짜 채워야 할 것들.
사교육 일번지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속도가 곧 권력이고 지능으로 통합니다.
남들보다 빨리 한글을 떼고 빨리 영어 단어를 외우고 빨리 수학 진도를 빼는 것이 우수한 아이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합니다. 이런 숨 막히는 속도 지상주의 속에서 유독 남모를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웩슬러 지능 검사 같은 종합 심리 평가나 원내 레벨 테스트에서 처리속도 지표가 유난히 낮게 나오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의 인지 발달 상태를 꼼꼼하게 짚어보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 되면 유독 답답함을 토로하시는 어머님들이 계십니다. 우리 아이가 언어 이해 능력이나 시공간적 추론 능력은 최상위권의 영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굼뜨고 도무지 집중을 못 해서 큰일이라고 하소연하십니다. 남들은 십 분이면 푸는 학습지를 한 시간째 붙들고 앉아 멍을 때리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리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게으름을 피우거나 반항을 한다고 오해하며 아이를 닥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느린 처리속도는 결코 아이의 지능이 떨어지거나 산만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부모님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아이만의 특별하고 깊은 심리적 역동이 숨어 있습니다.
처리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대부분 주어진 정보를 대충 훑어보고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묵직한 신중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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